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익…삼성전자 DS 넘는 분기 최대 예고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2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을 훌쩍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은 매출 18조370억원, 영업이익 6조762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98.9%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되는 실적이다. 직전 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9.8%, 영업이익은 23.7% 각각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 3분기 영업이익 전망 6조→7조원대 상향
증권사들은 한 달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6조원대로 예상했으나, 최근 들어 속속 7조원대로 수정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7조원으로 예상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3분기 실적을 거둘 경우, 지난해 동기 매출인 9조662억원에 비해 매출은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2분기 5조5739억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23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DS 사업부는 3분기에 영업이익을 5조4000억원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분기 영업이익(6조4500억원)보다 20% 줄어든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배경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 10%대에서 3분기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으로, 일반 D램보다 3~5배 이상 비싸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은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00%씩 성장해 300억달러(약 41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개발한 후 HBM2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뒤졌지만, HBM3 시장에 진입하면서 다시 선두 업체로 도약했다. 지난 9월부터 12단 HBM3E 양산을 시작했다. 12단 HBM3E는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했으나, SK하이닉스가 먼저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업계 최초로 공급했으며, 연내 12단 HBM3E도 납품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8단 HBM3E 및 서버용 D램 공급 비중 확대로 인해 D램 평균판매가격(ASP) 증가가 이어지며 D램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D램에서 HBM과 DDR5·LPDDR5 및 낸드플래시에서 eSSD의 수요는 견조한 상황인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4분기 이어 내년 전망 '매우 긍정적'…HBM 격차 더 커질 듯
4분기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인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4분기부터 초기 비용 등 영향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12단 HBM3E 출하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호재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블랙웰 출하에 따라 12단 HBM3E 양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높은 수율과 칩 적층 공정 차이에 따른 높은 생산성을 토대로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4% 늘어난 12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239.5%가 증가한 8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은 1분기 31.1%에서 2분기 34.5%로 3.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격차를 12.8%포인트에서 8.4%로 줄였고,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투자 및 HBM의 성장 속도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내년 실적 개선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비트 그로스, ASP에 있어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되어 있고, 이런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8단 및 12단 HBM3E 양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시장 내 기술 리더십과 가장 높은 수율을 확보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더 차별화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SK하이닉스가 54% 이상 비트 출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내년부터 12단 HBM3E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돼 이익 기여도가 클 것"이라며 "최근 IT 수요 개선세 둔화, 중국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증설로 레거시 반도체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HBM·DDR5·LPDDR5 등 고부가 제품 중심 믹스 개선으로 견조한 이익 증가세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레거시 메모리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산과 투자를 단행하는 만큼, 가격 하락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3E 업황 강세 기조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HBM3E 판매 가격이 20%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D램 전체 산업은 올해 공급을 초과하고 내년에 수요를 초과할 것이다. 거시 D램 공급 부족 심화를 우려한 고객들의 전략적인 결정에 따라 HBM3E, AI 수요 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 재고 소진을 위한 고객들의 적극적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HBM 증설 스케줄을 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전자의 HBM3E 시장 진입과 SK하이닉스의 HBM3E에 대한 과잉 투자가 HBM 시장 공급 과잉 및 제품 가격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