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빛 좋은 개살구' 전락한 아시아나 마일리지

2024-11-03     정민서 기자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쓸 곳이 없는데 어떻게 써요.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어요."

직장인 김모(48) 씨는 그동안 모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소진하고자 했으나, 사용처가 너무 제한적이라 불만이 많다. 마일리지 항공권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구매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기존에 잘 사용하던 제휴처는 지난 9월부터 사용이 어려워졌다.

김 씨는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전용 쇼핑몰을 열었지만, 제휴사가 줄어들어 이마트는 이제 사용도 못 하고 CGV도 쇼핑몰에서 예매권을 구매해 사용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늘 품절"이라며 "사실상 대부분의 제품이 품절이라 쓸 수가 없어 소진도 못 하고 소멸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잔여 마일리지는 9764억원에 달한다. 2019년엔 8063억원에서 5년 새 1700억원가량이 늘었다. 적립에 비해 소진이 덜 됐다는 의미다.

특히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은 1조원에 가까운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사용 마일리지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통합 전 이를 최소화해야 재무구조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마일리지 전용 쇼핑몰인 'OZ마일샵'을 열어 마일리지 사용을 유도하고 있으나, 적은 품목 수와 잦은 품절에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센 상황이다.

게다가 합병 과정에서 양사의 마일리지 가치 평가를 놓고도 우려가 제기된다. 양사 마일리지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통상 1마일리지당 대한항공은 15원, 아시아나항공은 11~12원으로 평가된다. 정치권 일각에서 1대 1 이관 방식을 언급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민생토론회에서 "양사 기업결합 과정에서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러한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자 OZ마일샵 내 판매 수량을 늘리고 품목 수를 확대해 빠르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안은 여전하다. 마일리지 소멸 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사용 가능한 거의 유일한 통로인 OZ마일샵에 몰리지만, 품목 부족과 품절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제도는 기업을 믿고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고객들이 애써 쌓아온 마일리지가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용 쇼핑몰을 개선하고 일시적으로라도 제휴처를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소비자 신뢰를 지켜야 할 것이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