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한미 동맹' 불확실성 증폭…방위비 분담금에 주한미군도 '변수
북-러 밀월관계 균열 도모…트럼프, 北과 '비즈니스 관계' 원해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6일(현지시간) 당선을 확정 지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뀐 만큼 '한미 동맹'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 동맹을 국가 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전략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른바 '트럼프 1기'로 불리는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줄곧 동맹을 경시하는 정책으로 일관한 바 있다. 때문에 이런 동맹관은 한미 동맹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부터 시작하는 '트럼프 2기'에서 한미동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외교·안보 전문가 2인이 견해를 밝혔다.
군사 및 외교·안보 전문가인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 대외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에 따라 동맹에 대한 인식도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연대를 중시해 온 것과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이익 우선의 거래를 중시하는 가운데, 동맹국 방위비 분담 증대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에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트럼프의 이런 동맹 인식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속해서 "방위비 분담의 대폭적 증액을 요구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미 1980년대부터 동맹국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자 나라인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너무 적게 낸다면서 다섯 배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동안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해 놓은 확고한 확장억제의 틀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포용에 개방적이고, '협상에 의한 거래'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확장 억제력과 압도적 힘에 기반한 대북 압박 및 봉쇄를 추구해 온 한국 정부와 동조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또 "트럼프는 재임 동안 싱가포르, 베트남, 한국 DMZ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는 등 개인적 외교 접촉을 선호했다"며 "김정은과의 협상을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바 있고, 퇴임 이후에도 연합군사훈련이 도발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는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인 한미 동맹이 대북정책의 종속변수로 취급될 우려가 있다"며 "안보 동맹보다 경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덕스럽게 북한을 다루려고 할 수 있고, 북한에 핵 동결을 요구하는 대신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빅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이 경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와 연합훈련 중단 등을 양보할 수 있다"며 "한반도에 주한미군 2만8500명까지 필요 없다면서 규모를 줄이자고 할 수도 있다. 이는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더 큰 동맹 문제와 연계해 한미 동맹, 한미일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 틀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야권의 한 중진의원의 보좌진은 "한미 동맹은 당연히 강화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설령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10배 이상 내라고 할지언정, 한미 동맹은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동맹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을 이용한다는 뜻에 대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상당히 친밀해졌다"며 "트럼프 당선자는 과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인연도 있는 상태다.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관계에 어느 정도 균열을 내야 한다고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비즈니스 관계'로 가고 싶어 한다"며 "만일 한미 동맹이 굳건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과 형성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관계' 형성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북한과는 비즈니스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런 관계가 순조롭게 형성돼야만, 미국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지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