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금융시장 '대격변' 예고…트럼프 트레이드 주식↑채권↓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 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경제 정책과 더불어 주식 시장의 향방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7개 경합주에서 해리스를 모두 제압했다. 이에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었다.
함박웃음을 지은 건 트럼프만이 아니었다. 미 공화당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휩쓰는 'Red Sweep'에 성공했다. 대선 전 증권가가 예상했던 가장 높은 확률의 시나리오인 '트럼프 집권+공화당 상·하원 장악'이 현실이 된 셈이다.
◆트럼프 2기 출범…주식시장 미치는 영향은
먼저 미국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 2기 출범은 뉴욕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공약은 정책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는 점에선 부정적이지만, 규제가 완화되고 추가적인 감세 정책이 가능해진다는 호재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면서 트럼프의 공약인 감세 정책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대통령 선거 이전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제히 하락한 뒤, 선거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두 번의 대선이 있던 지난 2016년과 2020년 미 증시는 연말 랠리가 나타난 바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연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대선을 제외하면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환경에 있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측면이 시장에는 가장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투자 전략 필요…에너지·조선·방산 '주목'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확정된 이상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종목에 투자해야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될 만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은 화석연료나 원자력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후보가 강조해 온 친환경 정책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는 반대로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화석연료 생산라인을 확대하면, 원유와 가스가격은 글로벌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 증가로 하향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다. 또한 신규 원유와 LNG 생산 프로젝트 승인에 따른 파이프라인, 수출 터미널 건설로 국내 에너지 EPC 기업에 사업 참여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화석 연료 중심으로의 회귀는 조선주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LNG와 LPG 수요가 늘어나면,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분류되는 브릿지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산업의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반대로 해리스 당선 시 수혜주로 꼽혔던 자동차,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용 완성차 수출 관세 인상과 더불어 기존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기차를 포함한 완성차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배터리 역시 IRA 폐지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수요 감소와 더불어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위기이자 기회를 맞은 업종도 존재한다. 방위 산업의 경우 트럼프가 추진하는 '자국 우선주의'가 미국 조달시장 접근성을 저하시켜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자체를 억누를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지만, 이 정책이 글로벌 자주국방 강화로 이어져 미국이 방위비를 늘리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재집권, 금융시장 영향 시간 걸릴 듯…채권은 불확실성 커
다만 증권가에서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취임 이후 내각을 구성하고 정책을 내놓은 뒤부터일 것"이라며 "투자심리나 수급 변수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추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처럼 올해 미국 대선 이후 시장은 변동성이 있긴 하되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얕은 조정을 보일 것"이라며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회오리칠 수 있는 후폭풍을 잠재울 수 있는 처방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재정확대 및 관세 등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채권약세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세부 공약 확인 후 높은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정책 공약에 따르는 금리상승 부분과 성장률 하락 충격의 상쇄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