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올해 수출은 OK…내년은 괜찮을까
트럼프 2기 경제정책 현실화 우려…"韓 수출 448억달러 줄 수도" 윤 대통령 "올해 수출 사상 최고 전망"…역대 2위 '무난' 1위는 '글쎄'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연간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은 올해 내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트럼프발 무역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575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6% 늘었다. 3개월 연속 월별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125억달러로 40.3% 증가하며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월 일평균수출액이 26억1000만달러로 0.2%(1000만달러)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평균수출은 13개월 만에 줄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평균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데에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출 급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0월 중 두바이유는 배럴당 74.9달러로 9월 대비 16.5% 감소했다. 이에 석유제품 수출액은 33억7000만달러로 34.9%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아직 한국 수출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다시 둔화되고 있고 기저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반도체와 컴퓨터, 화장품은 기저효과를 잘 버텨내는 반면 그외 품목의 수출은 정체되거나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 모멘텀은 더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보호주의가 강화될 경우 수출 연착륙 기대는 큰 난관을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트럼프 2기 출범…수출길 '첩첩산중'
삼정KPMG가 발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과거 집권 1기 대비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는 물론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 강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와 공화당 중심의 의회는 상호무역법 제정과 양자간 무역협정 강화를 통해 무역 적자 해소와 미국 일자리 보호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보호 무역주의 심화가 미국과 중국간 고율의 보복 관세 전쟁으로 격화되면 글로벌 GDP 및 무역량 감소로 이어져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미 FTA 재협상도 요구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및 보호무역 등의 공약은 우리 수출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올리는 정책도 추진하는데, 이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및 수출연계생산은 6%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재선으로 관세 부과 정책이 강화될 경우 한국의 총 수출액은 연간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로는 62조원이 넘는다.
이에 정부도 트럼프 2기 대응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해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정책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삼아 선제적이고 빈틈없이 대응하면서 금융·외환시장, 통상, 산업 등 외부로부터 영향이 큰 3대 분야는 각각 별도 회의체를 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
◆2022년 넘는 역대 1위 수출 실적 가능할까
물론 트럼프 내각이 공식 출범하는 것은 내년 초인 만큼 올해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최대 수출액은 2022년의 6836억달러다. 올해 1~10월 수출액이 5662억달러인 만큼, 두 달간 1174억달러 이상을 기록하면 경신할 수 있다. 작년 11~12월 수출액(1132억달러)를 고려하면 3.7% 이상의 증가율이 요구된다. 월평균 587억달러 이상 기록하면 된다. 다만 올해 월간 최대인 9월(588억달러) 수준을 연달아 기록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초 정부가 목표로 한 7000억달러는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됐다. 11~12월 두 달간 수출액이 1338억달러를 넘어야 한다. 월평균 669억달러 수준인데, 역대 월 최대 실적이 2022년 3월에 기록한 638억달러인 만큼 다소 차이가 난다.
다만 10~11월 수출이 정체되거나 감소 전환해도 역대 5번째로 6000만달러를 상회하고, 연간 역대 2위인 2021년(6444억달러) 실적 돌파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금액은 무난한 수준이지만 모멘텀 둔화는 지속될 전망으로, 수출은 연초와 비교하면 양호하지만 더 강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분기는 기저효과, 이후에는 반도체 수출 둔화와 더딘 제조업 회복이 모멘텀 둔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