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 정책토론회①] 고립·은둔 청년 지원 '연계성·지속성 확보'에 민관연 한뜻

백종헌 의원 주최·뉴스웍스 주관 '청년 고립·은둔 해소 위한 정책 토론회'

2024-11-08     박광하 기자
장영진(왼쪽부터)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장,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대표, 고진갑 뉴스웍스 대표, 조린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 김나연 두두학당 1기 참여자,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장,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고립·은둔 상태에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매우 컸다. 공공과 민간이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 지원으로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지원해야 한다."

고진갑 뉴스웍스 대표이사는 8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청년 고립·은둔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헌 의원 주최, 뉴스웍스 주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생명의전화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복지 사각지대' 청년의 고립·은둔 진단과 대책을 주제로 국회·정부·공공기관·학계·연구계·민간이 함께해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청년 미래 설계 도울 협력 방안·장기 정책 마련에 한뜻

국회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갑작스런 일정에 따라 영상으로 개회사를 대신했다. (사진=이한익 기자)

백 의원은 개회사에서 "점차 심화하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파악되면서 이들에 대한 복지 문제도 새로운 관점에 고찰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자체로 연결되는 관련 제도들이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섬세한 검토와 추가 대책이 이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는 고립·은둔 청년의 생활 여건과 현황, 사회적 안전망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면서 "토론회를 통해 우리 주위에 홀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청년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했다.

고진갑 뉴스웍스 대표는 환영사를 전하며 "고립·은둔 청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상담이나 조언도 들을 수 없어 고립과 은둔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난달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원단체 현지 취재 사례를 소개했다.

고진갑 뉴스웍스 대표이사가 8일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이어 고 대표는 "토론회에 함께 한 고립·은둔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정부부처 관계자, 민간지원단체, 해당 당사자, 멘토·멘티들은 한결같이 꾸준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고립·은둔 해소 정책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지난해 정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고립·은둔 청년의 수가 최대 54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며 "동거 가족들도 포함하면 청년 고립·은둔 문제로 1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고통받고 있고, 7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한 대표는 "고립·은둔 청년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토론회에서 제시될) 탁월한 분석과 관점이 정부는 물론 국민의힘 등 정치권의 뒷받침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세심히 살펴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이한익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서면축사를 통해 "청년들이 고립의 늪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꿈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복지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청년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될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일 현장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당당하게 사회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그들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면서 "고립·은둔 청년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고립·은둔청년의 탈출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우리 청년들이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십수년 고립·은둔이 몇개월 상담에 해결 어려워

이날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청년의 고립과 은둔: 어떻게 보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대표가 '고립은둔자 지원 정책의 방향 및 과제', 장영진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이 '가족돌봄·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국내외 고립·은둔 청년 실태를 공유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각국의 정책, 제도를 살펴봤다.

김성아(왼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은애(가운데) 사단법인 씨즈 대표, 장영진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예전에는 고립·은둔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이해가 부족했다"면서 "사회로 나오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쓰레기 방' 등을 두고 '게을러서 그런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립'은 사회활동이 현저히 줄어 취약한 상태, '은둔'은 사회적 관계 자본의 결핍 상태로 고립·은둔 상황에서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활동을 하는 니트와는 다르다"면서 "은둔은 사회적 관계 자본이 부족하거나 결핍된 고립과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연속적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은둔 청년에 대한 공적인 지원은 당사자와 가족의 심리·사회적 활력 회복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립되거나 은둔하고 있지 않은 다른 주민과 어울리는 사회로의 재통합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들의 사회적 관계 자본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주체성, 당사자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애 대표는 "몇 개월 단기 프로그램으로 십수년간 고립·은둔했던 청년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기존 지원 프로그램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고립·은둔 루틴'을 장기적인 '회복 루틴'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온·오프라인 통합, 유형별 솔루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고립·은둔 청년이 생활 시간의 52%를 차지하는 온라인 활동에 주목한 결과 사회가 찾기 어려운 이들을 신규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고립·은둔 청년이 손님으로서 방문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이들의 회복을 돕는 데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고립·은둔 청년이 주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씨즈는 이들을 환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자조모임터인 '두더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적합한 주거·일자리 제공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장시간 출퇴근으로 공황장애가 재발하는 고립·은둔 청년 사례가 있다면서 이들에게 적합한 주거,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장영진 팀장은 복지부의 가족돌봄·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사업이 기존 지원체계로는 위기청년의 효율적 발굴과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현장방문 방식은 스스로 고립, 은둔을 선택해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청년과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해서는 복지대상자와는 다르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취업 지원으로 즉시 연계하기 보다는 심리상담, 생활회복 등 스텝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고립·은둔 청년 전담 원스톱 창구를 운영해 여러 곳을 거치지 않고 한 번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다. 또 온라인 발굴과 집중 지원을 통해 취약한 상태지만 자립의지 강한 청년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자체, 각 센터 주도로 다양한 일상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민간 기관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단계적 회복 지원으로 일정 수준의 일상으로 회복한 다음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사업과 연계할 방침이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를 좌장으로 이정현 일하는학교 상임이사,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장, 김나연 두두학당 1기 참여자, 조린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광하 기자)

◆고립·은둔 배경 고려한 접근 방식 필요해

토론에서는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를 좌장으로 토론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정현 일하는학교 상임이사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교육과 학습 경험에서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등을 기반으로 관계 형성, 문화 경험, 정보 습득, 진로 개발 등의 기회가 대부분 주어지고 있어 직장, 학교에 속하지 않는 청년들은 삶의 기반이 없는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지원 사업은 소수에 집중해 장기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센터를 통해서는 발굴, 연구조사, 자원개발,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 적합하다"면서 "지원 대상자 개개인을 장기간 밀착지원하는 역할은 다수의 민간주도 지원기관 지정, 육성을 통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장은 "고립·은둔 청년의 회복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이며 이에 대한 정책은 공공의 자원을 활용하다 보니 취업, 진학 등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사업 성과가 요구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취업률, 사업참여율 등 정량적 성과지표는 지양하고,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거나 시간 제한을 두지 말고 지속 가능한 지원과 지지체계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업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미래센터와 광역고립은둔청년센터가 종합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거점기관을 설치, 운영, 관리하고 청년이 머무는 지역사회 복지 자원과의 연결고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김나연 두두학당 1기 참여자는두두학당을 통한 고립·은둔 극복 경험을 공유했다. 질병이나 가족 내 갈등은 학교에서의 왕따 등 사회적 곤란을 야기했고, 병든 가족을 부양하면서 겪은 경제적 곤란은 고립과 은둔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적 곤란이 결합해 고립과 은둔 상태로 진입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청년이 아직도 많다면서 정부가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당사자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인력의 필요성과 이들의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청년 지원 인프라의 확충과 효과적인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조린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은 고립·은둔청소년 지원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발언했다. 올해는 학교 청소년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전문가 양성, 학습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고, 사업을 현재 일부 지역에서 하는 것에서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사회복지사 등 특정 자격자만을 사업 수행자로 한정하는 것은 지원 인력의 다양성, 지원 사업의 효율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청년 지원에 참여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정책 운영과 관련해서는 예산을 수년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법·제도 개선이나 민간과의 역할 분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업이 아니더라도 자립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므로 청년들의 선택이 존중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취업을 하면 고립·은둔을 탈출할 수 있다고 간주하고 이를 강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철경 상임이사는 좌장으로서 토론을 마무리하며 "설문조사로 나타난 결과를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고립·은둔 청년의 성장, 교육, 취업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수성가형 부모가 자신을 모델로 삼아 자녀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강박이 청년에게 좌절감을 준다"고 지적하면서 "그 결과 지능이 우수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립·은둔을 선택하는 청년이 다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종합적, 체계적 지원을 위해 더 많은 정부부처가 나서길 바란다"며 "공공의 역할 확대에 더해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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