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증 철회' 가능성' 언급…내일 이사회서 안건 논의
3분기 콘퍼런스콜서 사과…"시장 변화·정정 요구 예상 못 해" 전격 철회 땐 5%p 이상 지분 격차로 임시주총 표 대결 전환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금융 당국이 고려아연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사실상 제동을 걸자, 고려아연은 당국의 요구와 시장 반응 등을 검토해 계획을 재발표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후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 우려, 금융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예상하지 못해 우려를 키웠다"며 사과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 후 전체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부정 거래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6일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 결정 과정, 주관사의 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보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려아연은 이날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도 직접 언급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 철회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철회하더라도 상장폐지나 주주 피해 등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공모 외에 부작용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8일 정기 이사회에서 13인의 이사진 중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별도 모임을 만들어,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한 주주 및 시장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들은 지난 주말부터 이날까지 여러 차례 모임을 통해 유증 철회 가능성까지 포함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회장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과반인 7명의 사외이사가 유상증자 철회 여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 성격이 짙은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철회하게 되면, MBK·영풍의 지분이 많은 상황에서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경영권을 놓고 의결권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장내 매수로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해, 최윤범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포인트 이상 벌린 상태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 최윤범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은 약 34.65%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