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21일 정기인사 유력…부회장 '2인 체제' 변화 줄까

2024-11-19     채윤정 기자
구광모(가운데) LG그룹 회장이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LG)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LG그룹이 오는 21일 사장단 정기 인사를 실시할 전망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변화'를 시도하는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새로운 부회장 선임을 통해 기존 2인 부회장 체제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20일부터 21일까지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발표한다.

LG그룹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24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으며, 2022년에도 같은 달 23~24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24일 인사를 진행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2022년과 2023년 많은 변화를 줬던 만큼, 이번에는 사장단과 임원 인사 폭이 크지 않은 '안정 중점적인' 인사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대표이사를, 2022년에는 LG생활건강 대표를 교체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젊은 임원이 대거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LG그룹 정기인사에서 젊은 인재들이 임원으로 대거 승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장 승진자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수년간 인사에서 '젊은 피'를 발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해에도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 임원들을 대거 발탁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성과주의'를 원칙으로 차세대 리더들을 중용해 왔다. 미래 사업 구성과 강한 추진력을 갖추기 위해 젊은 인재 발탁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LG그룹은 신규 임원의 97%인 96명이 1970년 이후 출생자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1980년대생 임원도 5명에 달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단 변동은 크지 않겠지만,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는 변화를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안팎의 전언이다.

조주완(왼쪽)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제공=각 사)

특히 이번 인사에서 '2인 부회장 체제'의 변화 여부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1962년생인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새로운 부회장에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 사장은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통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LG그룹에서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가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6인 부회장' 체제였으나, 세대교체 과정에서 3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그룹 2인자로 통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지금의 '2인 체제'가 자리 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LG그룹 인사에서 부회장단 강화가 거론되는 이유는 10~20% 보편 관세 부과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라며 "부회장단이 강화될 경우, 강한 리더십으로 국내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지금까지 LG전자의 수장이 부회장이 아닌 시간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 인사에서 조 사장이 부회장에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는 "구 회장 취임 이후 부회장을 줄여왔지만, 조 사장은 LG전자의 기업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며 "조 사장은 B2B(기업간거래)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였고, 전장 산업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에서 큰 변화와 성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961년생으로, LG이노텍에 이어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정 사장은 2018년 3월부터 LG이노텍 대표를 맡으면서 LG이노텍의 성장을 이끌어 왔고, LG디스플레이를 맡은 후 2년 연속 2조원대 적자를 올해 3000억원 규모로 대폭 줄였다. 특히 내년에는 흑자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론도 있다. 박주근 대표는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적자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번 LG그룹 인사에서 정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내실을 중시해 온 구 회장이 다시 부회장 규모를 늘리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구 회장이 취임한 후 지난 6년 동안 LG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미래 준비'와 '세대교체'였다. 구 회장은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 온 만큼, 이번 인사를 단행할 때 연속적으로 미래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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