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발언에…힘 빠진 '반도체 주'

2024-11-27     채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출처=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7일 차기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방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내림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27일 전일 대비 3.43% 하락한 5만6300원에, SK하이닉스도 전일과 비교해 4.97% 떨어진 16만8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6일(현지시간) "인텔에 최대 78억6600만달러(약 10조9848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내정된 비벡 라마스와미가 이를 문제 삼았다. 

비벡 라마스와미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는 같은 날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라마스와미 내정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행정부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낙점된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이다. 

라마스와미 내정자는 지나 러몬트 상무부 장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지원금)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전일에는 “정보효율부가 막바지 수법을 모두 재검토할 것이다. 감사관이 막판 계약을 자세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인텔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최대 규모지만, 애초 지급하려던 액수보다 약 6억달러(약 8380억8000만원) 감액됐다.

미국 상무부는 인텔에 앞서 대만 TSMC에도 지난 15일 6억달러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 

문제는 미 상무부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중 아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이 보조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관련 업계에서는 반도체 보조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는 각각 바이든 정부와 보조금 지급에 대한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하고,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64억달러(약 8조9382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달러(약 6284억원)의 연방 보조금과 정부 대출 최대 5억달러(약 6983억원), 최대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 결정됐지만, 아직 최종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인텔에 대한 보조금을 줄인 만큼, 국내 업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 상무부가 인텔에서 제공하려던 보조금을 삭감했다"며 "인텔 자체가 상황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 기업에도 보조금을 삭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기업에 주는 반도체 보조금을 많이 삭감할지를 따져보면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많이 짓는 것이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트럼프 당선자는 TSMC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많이 삭감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가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만큼, 반도체 보조금 삭감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한 업체는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지원금을 최대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차이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아직 출범한 게 아니어서 신중히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아직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 보조금 지금을 놓고 협의하는 상황"이라며 "보조금 삭감 여부를 알 수 없는 만큼, 아직 입장을 표명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오는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약 62조815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4021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까지 반도체 기업에 약속한 지원금을 최대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반도체 업체들은 바이든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와 빠르게 반도체 보조금 지급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은 산업 패권 확보에 중요한 과제여서 반도체 지원법이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대통령의 행정 권한에 따라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 비중을 더 높이거나 동맹국을 대상으로 가드레일 조항, 보조금 지원을 위한 제반 요구 조건을 높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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