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지주 단기성과 치중한 경영문화 경종
반복된 금융사고 지적…점포 폐쇄 금융접근성↓ 이사회, 경영진 감시·견제 본연의 기능 강화 당부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성과주의 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이복현 원장은 28일 KB·신한·하나·우리·NH 등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정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그동안 감독·검사 과정에서 파악한 은행의 경영상 취약점을 이사회 의장과 공유하고 내년 당면한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함이다.
금감원이 파악한 취약점은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문화다.
시중은행이 고객 자산관리, 자산운용, 금융포용 등 측면에서 장기적이고 일관된 혁신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부동산, 담보·보증서 대출 위주의 고수익·저위험에 집중하고 있단 지적이다.
실제 수년 간 지속된 불완전판매 이슈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원장은 "고객보호,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이익 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대외적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에만 치중한 가운데 취약계층 보호는 미흡하다. 일단 점포 폐쇄로 고령자, 비수도권 고객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졌다. 국내은행의 점포는 2021년 6121개에서 2024년 10월 기준 5690개로 줄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내부통제 기능도 약화됐단 지적이다. 점포·인력축소가 내부통제 기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단 것이다.
실제 A은행은 감리인력이 축소되고 있으며 2023년부터 업무효율화 차원에서 영업점장 전결여신에 대한 여신감리 기능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B은행도 재채용 계약직 직원이 전 영업점 자점감사를 담당하고 있어 점검이 미흡하더라도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다.
또 다른 은행도 점포·인력 축소에 따른 업무범위 확대 등으로 고객 섭외, 심사·승인, 감정평가, 용도 외 유용 점검 등 대부분의 여신 프로세스를 사고자 본인이 직접 처리하고 결제자는 여신서류 및 여신 취급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한 점이 드러났다.
이에 이 원장은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원장은 "이제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전략과 혁신 노력을 바탐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보다 힘 써주길 당부드린다"며 "지난해부터 지속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취지에 맞춰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한 대비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내년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 등에 따른 성장률 둔화, 정책기대 변경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등 경영환경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며 "이에 내년도 그룹 경영계획 심의시 자회사의 리스크 익스포져 관리, 조달·운용, 자본관리 계획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그룹 차원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이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자회사 리스크·자본관리 계획을 고려해 수립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리며, 중기·소상공인 자금공급 여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 등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