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올해 美서 '리콜' 110만여 대…'전기 시스템 결함' 가장 많아
전체 리콜 중 약 40% 차지…ICCU 14.5만대로 최다 최다 차종은 '엘란트라'…'트렁크 비상 해제' 결함 발생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미국 당국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현대차에 대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 명령을 네 차례나 내린 가운데, 올해 미국에서 이뤄진 현대차 차량을 대상으로 안전 결함 관련 리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NHTSA가 실시한 현대차 차량에 대한 리콜은 20개 차종(전동화 포함, 연식 구분 제외)에서 110만8455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18개 차종, 262만3689대)보다 차종은 11.1% 증가했고, 차량 대수는 57.8% 감소했다.
월별로 보면 ▲2월 4건 ▲3월 3건 ▲4월 3건 ▲5월 1건 ▲6월 1건 ▲7월 4건 ▲8월 2건 ▲9월 2건 ▲10월 1건 ▲11월 4건 등 총 25건이다. 1월에는 리콜이 없었다.
장치별로 보면 전기 시스템(44만1043대)이 전체 39.8%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결함이 발생했다. 이 중 통합충전 제어장치(ICCU) 결함(14만5235대)이 가장 많았다.
이어 ▲후방카메라(24만5812대) ▲잠금·연결장치(18만6588대) ▲연료 시스템(8만6356대) ▲에어백(4만9719대) ▲엔진(4만6195대) ▲외부 조명(3만8331대) ▲파워트레인(1만3516대) 순으로 발생했다.
결함 관련 리콜 대수가 가장 많은 차종은 현대차 '엘란트라(2015~2016년식)'로 총 18만6588대다. 해당 차량은 '트렁크 비상 해제' 결함으로, 트렁크 래치 손상으로 내부에서 트렁크를 열 수 없어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 표준 401번인 '내부 트렁크 릴리스'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지난달에만 총 4차례에 걸쳐 41만대 이상의 차량에 대해 리콜을 단행했다. 리콜 사유는 각기 다른 결함들로, 차량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11월 7일 현대차는 2024년식 싼타페와 싼타페 HEV(하이브리드) 차량 3만4964대를 리콜했다. 이 차들에서는 선쉐이드(차광막)가 예기치 않게 닫히는 결함이 발견됐다.
이어 18일에는 ICCU 결함으로 아이오닉 5·6, 제네시스 GV60·GV70·G80 전동화 모델 등 14만5235대의 전기차를 리콜했다. ICCU는 고전압 배터리와 보조 배터리 충전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NHTSA는 이 시스템의 손상으로 인해 12V 배터리 충전이 중단될 때 구동력 손실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일 투싼과 산타크루즈 4만2625대는 롤 어웨이(Roll Away) 발생 가능성으로 리콜됐다. 롤 어웨이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P단에서 기어가 변속돼 주차 중 차량이 굴러가는 현상을 말한다.
같은 달 28일에는 후방 카메라 이미지 표시 결함으로 22만6118대의 차량이 리콜됐다. 리콜 대상은 2021~2022년식 싼타페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다. 미국 NHTSA 규정에 따르면 후방 카메라는 후진 기어를 넣었을 때 2초 이내에 이미지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차량에서 카메라가 간헐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그동안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강조해 온 ‘품질경영’을 정의선 회장에서도 경영 방침으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반복되는 리콜로 인해 자칫 '품질 이슈'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리콜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국내에서 리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컸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이를 숨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로 받아들이며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리콜이 너무 자주 발생하면 품질 테스트 미비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이에 따라 차량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제작사는 완성도 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3월 국내에서도 현대차·기아 전기차 16만9932대가 ICCU 소프트웨어 오류로 리콜 조치된 바 있다. 이는 역대 전기차 리콜 사례 중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