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합성니코틴' 논란…업계 "액상담배 엉터리 규제부터 고쳐라"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국내 담배 시장이 '합성니코틴' 논란에 휩싸였다. 합성니코틴이 담배사업법에서 제외되며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액상담배 업계에서는 합성니코틴 규제 공백이 시장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정치권이 액상담배 시장에 '엉터리 규제'를 적용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억눌러왔던 만큼, 이번 합성니코틴 규제 논의를 시작으로 관련 규제의 전면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담배제조사인 BAT글로만스(BAT)의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BAT의 합성니코틴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만 출시되면서 규제 공백을 악용했다는 눈초리다.
현행 담배사업법에서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것만 담배로 인정한다. 이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닌 합성니코틴 액상담배에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 등 각종 세금이 일절 부과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BAT 측은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가 없는 국가는 한국뿐이라 한국에서만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합성니코틴 제품 출시가 위법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안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연구 용역 결과를 인용해 합성니코틴 액상담배의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해당 연구는 합성니코틴 원액에 유해물질(발암성·생식독성 등)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를 담배사업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액상담배 업계는 이번 합성니코틴 규제 공백 논란이 사뭇 반갑다는 눈치다. 이미 글로벌 담배 시장에서는 연초를 비롯해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니코틴 파우치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만 근거 없는 규제 적용으로 다양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액상담배 규제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는 '천연니코틴'에만 과세를 결정했다. KT&G의 '흡입량 측정 장비' 실험 결과치를 바탕으로 천연니코틴의 흡입횟수에 따라 과세 기준이 정해진 것이다.
세부적으로 천연니코틴 액상 한 병(30㎖)의 세금은 1㎖당 1799원을 적용한 5만3970원이다. 1갑에 약 4500원인 연초 담배를 약 12갑을 사야 액상 한 병을 구매할 수 있다. 액상 1㎖당 담배 15개비로 간주하는 '종량세'가 적용됐다.
액상 한 병의 소비자가는 대략 2만5000원이지만, 액상 한 병당 5만원 이상의 세금이 붙으면 소비자가가 8만원에 가깝다. 시중 담배와 비교했을 때 액상담배가 과도하게 비싸지자 소비자들에게 일반 연초나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택하게 되는 유인효과가 발생한다.
관련 업계는 당시 액상담배를 제조하지 않았던 KT&G가 유일하게 흡입량 측정 장비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국회가 이를 과세 기준으로 삼은 것은 상식 밖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과세 방식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소년의 담배 진입장벽 형성을 위해 합성니코틴 규제를 촉구하는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최초 과세 기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김진원 청소년지킴실천연대 사무처장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합성니코틴이 합법적 가이드라인에 들어와야 한다"면서 "합성니코틴이 과세 기준에 포함된다면 지금의 전반적인 과세 체계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초 과세 기준이 규제 공백의 근본적 문제점이 아니냐는 질문에 "국회에서 KT&G만 전문 측정 장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KT&G의 측정 결과 하나에 과세를 정했다는 건 공정성과 합리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의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도 KT&G의 실험 결과와 세율 환산에 대해 "보다 과학적 엄밀성을 갖춘 기술 마련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재 전문 측정기관이 전무하다"고 기록해 국회의 결정이 비과학적이고 부족한 결과임을 자인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현재까지 14년 동안 액상담배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액상담배 업계가 이번 합성니코틴 규제에 쌍수를 들고 반가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는 종량세가 합성니코틴 사용을 부추겨 규제 공백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액상담배의 비싼 가격에 때문에 가격 방어 차원에서 천연니코틴 대신 비과세 대상인 합성니코틴으로 눈을 돌렸고, 이는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받지 않는 새로운 문제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총연합회는 액상담배를 둘러싼 갈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종가세'를 제시했다. 액상 1㎖를 연초 15개비로 간주하는 종량세를 철폐하고, 액상 한 병에만 과세를 부과하는 종가세로 변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환 총연합회 부회장은 "액상은 연초와 같이 한 개비를 연소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의 흡연 습관에 따라 사용량이 달라진다"며 "액상 과세 기준은 연초에 비교한 종량세보다 한 병을 기준으로 하는 종가세가 세계 각국의 사례를 비교했을 때 당연한 기준"이라고 역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세율만 조정해 준다면 담배사업법 규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업계가 합성니코틴을 통해 법망을 뚫고 나간 것은 인정하지만, 기존 시장 가격 대비 과도하게 차이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세율로 천연니코틴 판매를 포기해야만 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