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왕좌의 게임'…삼성 'KODEX' 쫓는 미래에셋 '호랑이'
미래에셋, 해외 ETF 업고 삼성과 점유율 격차 1%대 '압박' 삼성, 대표·사업부문장 교체로 '맞불'…"글로벌 인프라 확장"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을 놓고 두 자산운용사 간 '왕좌의 게임'이 치열하다. 부동의 1위 삼성자산운용이 주춤하는 사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바짝 추격하며 쫓고 쫓기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29일 신임 대표로 김우석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내정했다. 또한 ETF 사업부문장 자리에도 박명제 전 블랙록 대표를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그룹 내 보험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서 근무했으며, 경영관리·기획·자산운용 등을 다양하게 경험한 금융전문가로 꼽힌다. 박 부문장 역시 1988년 KGI증권에 입사한 뒤 블랙록에서 아이셰어즈(iShares) ETF 세일즈를 담당하는 등 'ETF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삼성운용이 수장과 ETF 운용본부장을 한꺼번에 교체한 이유로는 시장 점유율 하락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 '코덱스(KODEX)' ETF 점유율은 38.10%로 집계됐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6.47%)과의 차이는 불과 1.63%포인트에 불과하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2년 국내 시장에 최초로 ETF를 출시한 이후 50%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며 22년 동안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켜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0~2021년 무렵 대다수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 뛰어들자 점차 점유율이 하락하더니 40%선마저 내줬다. 더 이상 ETF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번 인사로 지난 2021년부터 삼성운용을 이끌어온 서봉균 대표는 퇴임 수순을 밟게 됐다. 서 대표는 그동안 '삼성생명' 출신 인사가 맡아오던 관행을 깨고 자산운용사 수장 자리에 올라 이슈가 됐었지만, ETF 점유율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김 신임 대표에 대해 "ETF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창훈·이준용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내친김에 ETF 1위 자리를 빼앗겠다는 포부다.
미래에셋운용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해외 ETF에 집중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중이다.
우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운용보다 많은 ETF 상품을 보유 중이다. 전날 기준 미래에셋의 'TIGER' 이름을 붙인 ETF는 총 211개로 삼성 'KODEX'의 209개보다 근소하게 많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 주식형 ETF의 경우 미래에셋은 68개를 운용 중인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56개를 운용 중이다.
ETF 운용 규모별로 보면 지난 6일 기준 삼성자산운용(63조9468억원)이 미래에셋자산운용(61조4813억원)을 전체 순자산총액에서는 앞섰다. 그러나 해외로 범위를 한정하면 오히려 미래에셋(32조8270억원)의 순자산이 삼성(12조9461억원)과 비교해 두 배이상 많았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플랫폼 대표는 "앞으로도 TIGER ETF는 시장 환경에 따라 투자자들이 적절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ETF 라인업을 갖추고, 장기투자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점유율이 운용사 측면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수치인 만큼 상징적 의미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해외 ETF에 관심이 있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난 만큼 해당 ETF 관련 성과가 점유율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