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무정지] 빨라지는 헌재 '9인 완전체'…재판관 성향은 '몇 대 몇'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재표결이 가결되면서 헌법재판관 공석을 채우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헌재는 지난 10월 퇴임한 재판관 3명에 대한 국회의 임명 절차가 미뤄져 현재까지 9명 정원에 6명의 재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퇴임 재판관 3명의 임명권은 국회 몫이다. 향후 국회의 재판관 임명 시기에 따라 탄핵안 판단 시기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르면 이달 18일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헌재 재판관 3명 선출을 위해 최근 후보 추천을 모두 끝마쳤다.
헌재법 23조에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명시됐다. 이를 근거로 삼을 때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법 가결 이후, 6명의 헌재 재판관만으로 탄핵안을 심리하기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헌법소원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헌재 재판관 6명만으로도 사건 심리·선고가 가능해졌지만, 대통령 탄핵안은 무게감이 다르다. 정족수를 모두 채워서 심리해야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회도 이러한 이유를 알고 있어 최대한 빠르게 재판관 3명을 선출하겠다는 의지다.
헌재 재판관 6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진보와 중도·보수 성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중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복형 재판관은 중도·보수,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은 보수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후보로 각각 추천한 상태다. 국회가 추천한 후보들이 헌재 재판관에 임명되면 진보 성향의 재판관은 4명, 중도·보수 재판관은 5명이 구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 변호사는 지난 1992년 부산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현 정부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법관 후보로 추천받은 바 있다.
민주당 추천의 정 법원장은 2019년 진보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제9대 회장에 추대된 바 있다. 마 부장판사는 법원 내 노동법분야연구회(노동법커뮤니티) 회장을 역임했으며, 고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30만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됐고, 헌재는 헌재법 38조에 의거해 최장 180일 동안 탄핵 심리에 나설 수 있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르면 내년 4월, 늦으면 8월에 대선이 진행되는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심리에서 헌재는 91일을 소요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 심리는 권력 남용의 '비선 실세' 문제부터 제3자 뇌물죄, 언론 자유 침해, 세월호 사건 등이 종합적으로 결부되면서 헌재의 고민이 길어졌다.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 쟁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심리는 이보다 짧은 63일이 소요됐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탄핵 심리 때 9명의 재판관이 전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의 여당 지지 표명 발언이 선거법 위반 소지는 있지만, 이를 탄핵 사유로 삼기에 대통령직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리에서는 당시 박한철 소장의 퇴임으로 8명만 참여, 전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법과 법률 위반, 직권 남용, 국민주권주의 훼손 등을 모두 인정했다.
법조계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안 심리를 앞선 사례들보다 더 빨리 결론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 마비 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헌재의 빠른 결단도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안이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성 여부만 가리면 된다는 이분법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는 진단이다. 헌재 재판관 3분의 2인 6명 이상이 60일 내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내년 4월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