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무정지] 헌재 선택만 남았다…계엄 당위성 어떻게 평가될까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14일 가결됐다.
탄핵소추의결서 대통령실에 전달되는 즉시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 이제 공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선택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은 사법심사 대상 아닌 통치행위"…법리 대응 예고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에 대한 법리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법무법인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진 대검 중수부장 출신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내부적으로 여러 헌법학자와 법리를 검토한 결과, 내란죄 구성이 쉽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서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담화에서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 해제 요구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법부의 판례와 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임을 많은 분이 알고 있다. 저는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고 밝혔다.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로 국회가 통제할 대상이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점이 인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법원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건에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성격을 띠는 행위이고, 그 선포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관은 오로지 계엄 해제권이 있는 국회"라며 "사법기관인 법원이 심사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1996년 금융실명제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발동되는 행위로서 그 결단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에서 통치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계엄 선포 후 포고령이나 계엄군의 행동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여러 불법적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당한 통치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내란죄 성립 여부…통치행위냐, 범죄행위냐 엇갈릴 듯
내란죄 성립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가 될지, '범죄행위'가 될지 사법부 판단이 엇갈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다.
과거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해 계엄 선포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 없다고 했다. 다만 계엄 선포의 목적이 국헌문란일 경우 계엄 선포 자체가 범죄행위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판결문에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러하지 아니한 이상 그 계엄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라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사법부가 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형법상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키는 폭동'을 뜻한다. 이에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내란죄 여부 판단에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앞선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법리적인 논리를 전개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그(비상계엄 선포)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엄이 국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과거의 계엄과는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라며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행위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며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