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 "실리콘밸리 AI 트렌드…한국의 '밈'처럼 급변"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토스증권, 서학개미에 제공하는 '美 주식 리서치' "2025 트럼프 정권 초기 수혜주 '주목'…빅테크 상승 흐름 유지될 것"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최근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이라는 암초와 마주했다. 반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를 이어가는 미국 뉴욕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을 위한 투자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보고서의 경우 주로 국내 기관 투자자 위주의 자료들이 많아 개인 입장에서는 내용도 어려울뿐더러 활용도 역시 낮다.
이 가운데 토스증권은 지난 9월 오로지 '개인 투자자'들만을 위한 리서치센터를 만들었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다른 증권사들과는 달리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주식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뉴스웍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향후 미국 주식시장 전망과 투자 '꿀팁'에 대해 들어봤다.
이 센터장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서 기업 및 시황 분석, 투자전략 등의 업무 경험을 쌓았다. 토스증권에는 지난해 2월 합류해 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난 4일 계획했던 인터뷰가 '계엄사태' 때문에 2주 미뤄졌다. 그동안 바쁜 시기를 보냈을 듯한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서 시장에 미칠 영향 같은 부분들을 고민했다. 사실 12월에는 내년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고민하느라 바쁠 시기인 만큼 이달 초부터 계속 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미국 주식을 주로 다루다 보니 장이 열리는 오후나 저녁이 조금 더 바빴다"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서 근무했을 당시와 '바쁘다'는 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계엄이라는 게 정치적으로 되게 큰 이벤트이지 않나. 그래서 이게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분석하고 고민한다는 점은 당사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미국 시장에 대한 분석을 주로 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은 계엄령이 국내 시장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보면, 저희는 계엄이 해외 증시나 해외 투자 관점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던 것 같다"
-계엄 사태와 같은 과거 '빅 이벤트' 추억을 회상하자면.
"애널리스트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 일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생각난다. 당시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개표 결과가 나왔을 때 금융시장이 많이 당황을 했고, 이런 부분이 어떻게 영향을 줄 지 고민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외에 정치적인 이벤트는 아니지만 사실 되게 큰 뉴스였던 9.11테러도 전에는 없던 이벤트였기에 이게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때는 정말 밤을 새우면서 분석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했을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자면 업무에서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일단 복장 자체가 다르다(웃음). 요즘 좀 달라지긴 했는데 여의도가 한껏 각 잡힌 정장 차림이라면 토스증권은 비교적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근무한다. 본론을 말하자면 사실 국내증시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데이터들은 되게 주변에서 익숙하고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 되게 많다. 반면 해외 주식시장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정보 데이터나 뉴스가 국내와 비교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미국 출장 등을 통해 해외에 있는 기업들을 방문하고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부분이 이런 점들이다"
-토스증권이 신생 증권사에 속하는 만큼 리서치센터 출범도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기존 증권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증권사에서도 오래 일했지만 기존 리포트들은 기관 투자자나 전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쓰기 때문에 내용이 좀 어렵다. 토스는 타깃을 개인 투자자로 잡았기에 개인이 자료를 보고 충분히 이해 가능한 방향으로 접근했다. 어려운 전문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그래프나 설명 등을 조금 더 독자를 생각하면서 작성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례로 국내 주식이긴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내려온 상태다. 대다수 증권사가 '매수'와 목표주가 '유지' 의견을 내며 뭇매를 맞았다. 리서치 정보가 투자자들의 기대와 다르게 나왔을 때는 애널리스트로써 특별한 대처 방법이 있나.
"사실 애널리스트들이 어떤 예측이나 전망을 전부 다 맞출 수는 없다. 물론 전망하는 부분은 분명 필요하지만 족집게처럼 딱 맞추고 이런 부분들보다는 이 기업 가치에 대한 밸류에이션 분석, 이 기업이 지금 적정한 가치가 어느 정도 돼야 한다는 부분들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결국 애널리스트들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전달했느냐는 사실이 중요할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봉변을 당하는 일도 잦다는데.
"사실 예전에 일했을 때는 주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개인과 직접 대면할 경우가 잘 없었다. 최근 2~3년 사이 개인 투자자 비중이 늘어나며 자꾸 본인의 '마음에 안 드네', '틀렸네' 이런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애널리스트 전망이 항상 다 맞을 수는 없다. 그래서 찍어주는 예측보다는 이벤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투자 판단을 어떤 식으로 잘할 수 있는지 힘을 길러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미국시장은 꾸준히 우상향 추세다. 트럼프 재집권이 얼마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투자 전략을 조언하자면.
"트럼프 정권에서 정책과 관련된 수혜주들을 단기적으로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 결국 주요 정책들이 집권 1년 차에 많이 반영되고 그중에서도 3~6개월 동안에 집중적으로 주가에 반영되는 부분이 많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초기 많은 부분들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미국의 정책 흐름이 연초에는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본다"
-인공지능(AI) 기술주들의 주도 흐름은 이어질 수 있나. '제2엔비디아' 같은 종목을 꼽을 수 있다면.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느냐 여부는 높아진 기대만큼 실적이 뒷받침될 수 있느냐다. 그래서 내년에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이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는지 여부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한 2025 연간전망 리서치 자료에서 기업의 실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런 부분에서다.
빅테크 기업들의 조정 가능성은 매년 있다. 다만 그 조정이라는 것이 장기적인 상승 추세 뒤 완전한 하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기대치에 맞추지 못하는 조정기일 것이다. 장기적인 트렌드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제2의 엔비디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숨겨져 있던 부분이나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투자 기회나 수익률이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이 나올 수 있겠다"
-최근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가상자산(비트코인)이 랠리하고 있는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
"가상자산은 트럼프 당선 수혜를 받을 것이란 평가 속에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이 주요 투자처로 가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일단 변동성 자체가 너무 크고 투자를 위해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현장 방문 시 탐방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그로부터 얻은 투자 아이디어는.
"빅테크를 포함한 빅테크 아래 AI 산업군에 속해있는 기업을 주로 방문했다. 해당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나 IR 담당자를 만나 회사의 방향성이나 재무 상태 등을 물어봤다. 특히 현장에서 AI 엔지니어를 만나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 AI 산업 자체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서는 한두 달 전 AI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한국의 10~20대들 사이 '밈'이 굉장히 빠르게 유행이 바뀌듯 벌써 되게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자주 가서 보고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것을 그 부분에서 느꼈다"
-향후 리서치 센터의 발전 방향이나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잘 투자할 수 있도록 저희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보편적인 리서치처럼 '우리가 이런 자료를 내고 분석할 테니까 그냥 당신들이 보세요'가 아니고 진짜 고객이 원하는 투자 정보가 무엇인지, 그들이 어떤 것들을 요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