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 결의…MBK "집중투표제 악용해 경영권 방어 시도"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고려아연 이사회는 23일 집중투표제를 포함해 이사 총수를 19인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내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결의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표 대결 판세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 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소수 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이 이루어지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의 의결권이 본인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 이에 따라 MBK·영풍 측은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할 수 있다.
MBK는 과거 자기주식 공개매수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의 경우와 같이 겉으로는 주주 보호를 운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제도를 남용했던 사례와 같다고 지적했다. 소수 주주 보호 방안을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용으로 악용하려는 꼼수로 평가했다.
MBK는 "고려아연의 일반 주주들 및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주주 간 분쟁이 속히 해결돼 회사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고려아연 현 이사회는 최 회장 전횡을 막을 거버넌스 개선 방향은 외면한 채, 또 한 번 최 회장의 자리보전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관이 개정되더라도, 법률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집중투표제 도입 사실을 모르는 소수 주주의 이사 후보 추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집중투표제 시행에 따른 이사 선임은 다음 주총부터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 측의 주주제안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와 가치는 무시한 채 오로지 최 회장만을 위한 안건임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