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렌토' 1위·수입차 3강 '비벤테'…올해 車 시장 '지각변동'
판매량 쏘렌토·카니발·싼타페 순…기아, 차종별 정체성 유지 테슬라, 올해 첫 3위 진입…마케팅·OTA·가격 경쟁력서 효과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아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쏘렌토가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를 것이 유력해지면서, 25년 만에 현대차의 독주가 깨질 전망이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테슬라가 떠오르며 3강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완성차 누적 판매 1위는 8만5710대를 판매한 기아 쏘렌토가 차지했다. 이어 2위 카니발은 7만5513대, 3위 현대차 싼타페는 7만912대를 각각 판매해 상위 톱3 중 기아 차량이 1·2위를 차지했다.
기아 스포티지(6만5827대)와 현대차 그랜저(6만4444대), 포터(6만3829대)는 4~6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 셀토스와 현대차 쏘나타, 아반떼, 투싼이 10위권에 안착했다.
12월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쏘렌토는 올해 최다 판매 차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카니발과 싼타페와의 판매량 차이가 최소 1만대 이상 벌어졌기 때문이다. 두 차종의 월평균 판매량은 카니발이 6865대, 싼타페가 6447대다. 카니발이 뒷심을 발휘하면 1·2위 모두 기아 차량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쏘나타가 지난 2000년 국내 판매량 1위에 오른 이후, 현대차는 20년 이상 왕좌를 지켜왔다. 지난해까지 쏘나타와 아반떼, 포터, 그랜저가 매년 최다 판매 차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디자인 철학 차이가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출시하는 모델들의 전면부에 일명 '일자 눈썹'이라 불리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끊김 없이 연결되는 수평형 LED 램프)'를 적용해 '패밀리 룩'을 강조하고 있다. 이 디자인은 여러 모델에 통일감을 주는 가운데,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2021년 현대차 MPV(다목적차량) '스타리아'에 처음 적용됐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아의 쏘렌토는 고유의 SUV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며 차종별 정체성을 살렸다"면서 "반면, 현대차는 디자인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종과 관계없이 일관된 디자인을 적용하다 보니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차이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서 출시된 5세대 싼타페는 일각에서 후면부 디자인이 둔하고 무겁게 보인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가격을 중요한 선택 요소로 삼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이뤄졌다. 전통적으로 4강 구도로 형성했던 수입차 시장에서 올해 테슬라가 급성장하며 BMW와 벤츠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지난달까지 6만7250대를 판매하며 벤츠(5만9561대)를 7689대 차이로 따돌렸다. 이로써 BMW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벤츠를 제치고 2년 연속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테슬라는 2만8498대로 3위를 차지했고, 볼보(1만3603대)와 렉서스(1만2849대), 도요타(8614대)는 4~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통적인 4강인 아우디(8386대)와 폭스바겐(7734대)은 7위와 8위에 그쳤다.
테슬라의 판매량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가 이끌었다. 모델Y는 올해 1만7671대가 판매돼 벤츠 E클래스(2만2021대)와 BMW5 시리즈(1만8947대)에 이어 최고 판매 모델 3위에 올랐다. 모델3도 1만319대를 판매해 4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판매량 급증한 배경에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교수는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국·유럽에서 생산된 차량과 동일하게 취급받을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며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아이오닉과 EV 모델들이 택시로 판매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하차감이 좀 많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연구원은 "전기차라는 카테고리에서는 기존 레거시 업체들의 헤리티지가 적용이 안 되는 가운데, 테슬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고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향후 성능 개선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모델이 시장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