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금융] 급변하는 금융시장…'위기 뒤 위기' 불확실성 짙어

부동산PF로 시작된 불안감…당국, 가계부채관리 옥죄기 전환해 호실적 불구 수억대 금융사고 빈번…은행장 교체 내부통제 단속

2024-12-30     차진형 기자
국회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올해 금융시장은 위기 뒤 위기가 계속되는 형국이었다. 부동산PF 위기로 새해 문을 열더니 가계부채를 막고자 대출 전면 중단이라는 카드까지 나왔다.

인플레이션 위기감이 돌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 걸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에도 서민들이 느끼는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권고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 것이다.

결국 은행은 올해도 호황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자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혁신과 세대교체라고 포장했지만 내부 직원들의 횡령과 CEO 친인척 부당대출로 내부통제 허점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은행장에게 돌린 것이다.

◆5대 은행 중 4곳 은행장 교체

5대 은행 중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제외한 4명이 모두 교체됐다.

KB금융은 이환주 KB라이프 대표를, 하나금융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선택했다. 우리은행은 부행장 중 젊은 정진완 부행장을 선택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농협은행 역시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은행장으로 끌어올렸다.

교체된 은행장의 공통점은 영업 실적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이환주 후보는 KB라이프생명의 통합과 함께 성장 기반을 닦았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역시 트래블로그로 새로운 트랜드를 선도했다는 평가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해 바닥을 다져왔다. 세대교체로 혁신을 꾀하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영업과 혁신 두 토끼를 잡고자 한 의도다.

여기에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단 금융지주 의지도 반영됐다. 비은행 계열사 출신을 전면에 내세워 은행과 비은행 시너지 영업을 높이겠단 계산이다.

올해는 예대금리 차이로 이자수익 극대화를 꾀했지만 내년에는 금리인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즉, 은행 혼자 힘으로 독자생존하기 힘든 환경인 만큼 비은행과 손발을 맞춰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금융사고 빈번, 수장 교체 빌미

일각에선 은행장 줄 교체가 내부통제 책임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53건에 달한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규모로 봤을 때 국민은행은 총 670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우리은행 600억원, 농협은행 300억원, 하나은행 70억원, 신한은행 13억원 순이다.

국민은행은 연초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로 곤혹을 치렀다. 주가가 반등하며 손실은 줄었지만 1분기 내 불완전판매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은행은 700억원대 대규모 횡령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은 임원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부과한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을 권고했다.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경영자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책무구조도는 내년 본격 시행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책임은 현 은행장이 지고 차기 은행장이 새로운 환경에서 영업 기틀을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서울시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기준금리 인하했지만 내수경기 침체

우리나라는 경기침체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민간 금융회사 수장만 바뀐다고 모든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세계 금융시장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강도 높은 통화긴축 지속에 힘입어 2024년 들어 하향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며 한국도 동참했다. 인플레이션 추이를 감안할 때 2025년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지속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은 잡혔지만 고금리 통화정책을 장기간 지속한 후유증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2분기 –0.2%, 3분기 0.1%로 2분기 연속 0% 내외에 그쳤다.

무역수지는 반도체 수출 회복에 힘입어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내수경기가 부진하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과다한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한 탓이다. 서민들의 소비 여력과 대출상환 능력이 떨어지며 금융회사의 연체율은 상승 중이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 은행과 보험은 발밑에 불통이 떨어진다. 두 업권은 마진 축소로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반대로 증권, 카드, 캐피탈은 두 업권에서 이탈한 고객을 흡수할 수 있고 마진이 확대돼 경영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지금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부담이 과다한 상태라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얻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금융사 건전성 훼손 촉발시킨 부동산PF

정부가 가계부채에 급하게 대응한 배경은 부동산PF도 한몫한다. 부실 PF사업장 증가로 인해 자칫 서민들이 집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2024년 6월말 기준 연체, 연체유예, 만기연장 3회 이상인 사업장을 평가한 결과 유의 및 부실우려 익스포져는 21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PF 익스포져의 9.7%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정리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대응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정리계획을 살펴보면 매수자가 내정된 자율매각과 상각은 계획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공매와 재구조화는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의 정리계획에서 자율매각과 상각 비중은 14.6%인 반면 경·공매와 재구조화 비중은 85.4%에 달한다.

결국 금융당국은 전체 가계대출을 옥죄는 대신 부동산PF를 서둘러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인위적으로 대출 수요를 막고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연쇄 고리를 끊겠단 의도다.

내년에도 금융당국은 연간 GDP 성장률 내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결국 서민들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고 비싼 이자 비용을 내며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IFRS 2년차 여전한 시장 혼란

보험사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 2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계리적 가정을 각 보험사 자율로 맡기면서 각사들은 자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낙관적인 숫자를 회계에 반영하면서 이익을 과도하게 부풀렸다.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2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가치평가를 유보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보험개혁회의에서 IFRS17과 관련해 연말 결산부터 계리적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에나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금융권 가계대출 풍선효과

1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보험사나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몰렸다.

여유자금이 없는 서민들의 보험가입이 줄고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대표적인 서민 대출 상품인 카드론 증가폭이 크게 늘어나 지난 10월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년 경제상황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차주들의 미상환 리스크는 금융회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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