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식 재계 참석자는 누구…'관세·IRA' 쟁점 풀 수 있을까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재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그간 보편 관세 부과 등 국내 기업을 위협할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로 국내 재계 인사 중 류진 풍산그룹 회장 겸 한국경제인협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류 회장은 이달 20일로 예정된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경협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취임식 참석 여부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진·우오현 회장, 취임식 참석할 듯…재계 '미국통' 전진 배치
류 회장은 대표적 ‘미국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미국의 공화당·민주당 등 미국 정계의 핵심적인 인물뿐 아니라 미국 재계 관계자들과도 깊은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잘 알려졌다. 특히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일가와 막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류 회장의 부친인 류찬우 풍산그룹 선대 회장 시절부터 두 집안이 대를 이어 교류해 오고 있다.
류 회장은 아버지 부시인 조지 H.W. 부시를 '대디(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조지 W. 부시의 모친인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류 회장은 트럼프 최측근들과도 개인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소통에 있어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개최된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큰 걱정은 안 한다"며 "오히려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와 한미동맹재단 고문으로 활동해 온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우 회장은 협회를 통해 취임식 참석 추천을 받았다. 추천자는 초청자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 관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 후 만난 첫 국내 기업인이어서, 취임식에 초청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지난 달 16일부터 21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무르며, 트럼프 당선인과 식사를 겸해 10~15분간 환담을 나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정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을 연결해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막역한 사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재집권에 공을 세운 ‘킹메이커’로 떠오른 인물인데,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막후 실세로도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주변인들이 한국 상황에 대해 “관심을 표했다”며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라며 믿고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들은 트럼프 2기에 대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도 관심사다. 재계 주요 기업들은 특히 올해 인사에서 미국통을 전진 배치하면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취임식 직후인 2월에 '제4회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국빈 만찬에 참석한 바 있다. SK그룹은 또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 양국 장병들의 보훈을 위한 추모비 건립을 후원하기도 했다.
SK그룹은 또 지난 상반기에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한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에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 고문 등을 역임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 본부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또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던 성 김 고문을 대외협력 사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 수출 타격 불가피…IRA 폐지도 '촉각'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우리 경제에 우려되는 이유는 바로 '관세 폭탄'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를 예고한 바 있으며, 이는 우리 수출에 큰 악재가 될 것이 명백하다.
또한 그는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5000억원 상당의 세액 공제를 부여하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밝힌 바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철강 쪽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IRA를 폐지할지, 유지할지가 관건이며, 바이든 정부에 이어 트럼프 정부까지 반도체 기술에 대해 자국화를 추진할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트럼프 정부도 '기술 보호주의'를 진행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정부는 IRA 법, 반도체 기술 지원을 통해 기술 안보를 강화했다"며 "바이든 정부는 굳이 돈을 투자해서 기술을 가져오는 것보다 관세를 싸게 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했는데, 트럼프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결이 달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협의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우선 우리가 파트너 상대로 급이 맞는지 고민할 것이다. 상황이 정리되면 관세 등에 대해 방침을 정해 통보할 것"이라며 "수출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소장은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관세가 커지면 경쟁력이 떨어지며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며 "관세 변동폭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는 우방국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국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최소 25개의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공약인 ‘보편적 관세’와 ▲이민 ▲에너지 ▲사면 분야에서 행정명령을 발표할 전망이다.
‘보편적 관세’의 부과 방안을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가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이민을 막지 못하면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해 이에 대한 힌트를 줬다. 다시 말하자면 각국이 트럼프가 요구하는 특정 요건을 들어준다면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후 일정 기간(3~6개월) 동안 무역 파트너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 파트너 국가들은 트럼프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만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리더십 공백'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관세 협상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한국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는 IRA 폐지와 함께 배터리 소재 대상으로 관세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KISA)는 '미 트럼프 신행정부의 세제 개혁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감세 등 세제 개혁을 자국 제조기업 중심으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IRA 보조금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무협 강금윤 수석연구원은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하며 트럼프 감세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미국 내 투자 기업뿐 아니라 향후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도 세제 개편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기 행정부 당시 추진한 ‘세금 감면 및 일자리 법(TCJA)’의 연장 및 연방 법인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을 통해 제조업 투자 활성화에 나설 계획인데,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함에 따라 세제 개혁 추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중 공약으로 내세웠던 연방 법인 세율을 현행 21%에서 20%로 1%포인트 인하하고, 미국 내 제조기업의 경우 최대 15%까지 추가 인하하는 감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한세의 경우 미국 내 입법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공화당이 OECD 차원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세 도입이 조세 주권 포기와 미국 기업 차별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