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솔솔이 '은톨이'에게…"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어린 시절 은둔 생활 경험…자신만의 '행복' 정립 "있는 그대로의 '나' 사랑해야…어둡고 외로운 사람 위한 이야기 전할 것"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유년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그림책. 다 큰 성인이 되어 이 책들을 다시 접하리라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만 5세를 대상으로 발간된 책들이 오히려 성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솔솔작가' 이야기다.
솔솔작가는 인천 출신으로 인천 가톨릭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그림 동화 지도사로 다양한 기관에서 학생들과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어렸을 적 행복의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치부했던 그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를 집 안으로 '고립·은둔'시켰다. 그러나 점차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정립해간 결과 상처받은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뉴스웍스는 인천에 위치한 독립서점에서 본지의 '고립·은둔 청년 해법 모색' 기사를 감명깊게 읽었다는 솔솔작가를 만나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이름의 뜻이 굉장히 궁금하다. 간단한 자기소개.
"제 이름의 뜻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신다. 제 그림책에 등장하는 '바람이'라는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람이는 주인공 '순애'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인데, 제 자신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한 바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바람 소리를 담은 '솔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다"
-어릴적부터 동화책 작가가 꿈이었다고 들었다. 작가도 직업이 다양할텐데 '동화'라는 소재를 택하게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동화책과 그림책의 차이를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동화책은 글이 더 많은 편이고, 그림책은 말 그대로 글 보다는 그림이 위주다. 동화책 작가를 꿈꾸게 된 건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림책 작가의 꿈을 품게 됐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다 우연히 초등학교 때 썼던 장래희망을 적은 종이를 어린시절 비밀 상자에서 발견하게 됐고, 그 순간 잊고 있던 그림책 작가의 꿈이 다시 제 마음속에서 살아났다. 특히 '어린 왕자'는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한 책 중 하나였는데, 지금도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될 때면 그 글귀들을 다시 펼쳐보며 마음을 정리하곤 한다"
-동화책 중 지난해 10월 발간한 '순애는 집 밖을 안 나가!"는 '고립·은둔'이라는 주제를 소재로 사용했다. 혹시 본인이나 주변에서 그런 경험을 겪은 사람이 있었는지.
"저는 어릴 때부터 집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서 학교에서 실수하거나 창피한 일을 겪으면 수업 중에도 집으로 도망치곤 했다. 스스로에게 집은 세상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겪으면서, 어린 시절의 습관처럼 다시 집에 숨어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나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고립된 생활은 제 마음을 점점 더 허전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집 밖으로 나올 용기가 스스로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은둔형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변의 관심과 조건 없는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내가 부족하고 실패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야 비로소 집 밖으로 나올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은둔형 외톨이와 고립 청년들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쯤에서 첫 작품 '순애는 집 밖을 안 나가' 줄거리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주인공 순애라는 아이가 집에서 고양이랑 살고 있는데, 집 밖에 자신을 비난하는 쥐들이 있어 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그 쥐들은 순애가 자기 내면 속에서 스스로에게 하는 말들이다. 이를테면 '너는 세상에서 쓸모도 없고, 겁쟁이고, 너 아무도 안 사랑해' 같은 것들이다.
그러던 어느날 바람을 타고 온 풍선이 순애 집에 오게 되는데, 순애는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이 풍선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바람이 다시 풍선을 밖으로 데려가버리자 순애는 풍선을 찾으려 집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순애는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주인공 이름을 굳이 '순애'로 붙이게 된 이유는.
"순애라는 이름은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을 의미한다. 우리가 세상에 용기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생긴다고 믿었기에, 이 이름을 선택하게 됐다. 순애와 함께 다니며 그녀를 지켜주는 고양이의 이름은 '보'인데, 그래서 두 캐릭터를 합쳐 '순애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순애'는 어린 나이다. 그러나 수많은 고립·은둔 청년들이 성인으로 성장한 후, 혹은 성인이 되고부터 사회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주인공 '순애'의 입장에서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한 마디를 던지자면.
"은둔 생활을 잠시 경험하며 느낀 점은 스스로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단지 따뜻하고 평온한 집에서 잠시 쉬고 있을 뿐이고, 언제든 마음이 동할 때 원하는 일을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둔형이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감정에 예민하고 상처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아마 감정이 섬세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 집 밖으로 나왔을 때 다시 이전과 같은 실패를 경험하거나 넘어지더라도 괜찮다. 그런 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자체로 충분히 괜찮은 하루다.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타인처럼 대해보면서 모든 걸 이해해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다독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오늘(인터뷰 기준 지난 17일) '순애는 집 밖을 안 나가!'의 후속 '바람이 불어오면'이 출간됐다. 뉴스웍스에 간단한 책 소개와 내용 '스포(?)'를 미리 하자면.
"바람이 불어오면은 집 안에 고립돼 있던 순애와 고양이 보가 자신을 꺼내준 풍선과 함께 자연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애와 보는 숲, 꽃밭, 바다를 찾아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오며 세상의 다채로운 모습을 경험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제가 첫 번째 책(순애는 집 밖을 안 나가!)를 출간한 후 시작한 감사일기 쓰기 습관에서 비롯됐다. 하루하루의 소소한 행복들을 기록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순애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밥을 먹고, 날씨 좋은 날 나무가 울창한 곳에서 산책을 한 번 하는 게 어쩌면 행복의 전부일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깨달음에서 출발해, 이번 책에서는 순애가 집 밖으로 나와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자연 속에서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날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그런 평온과 감사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고립은둔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또는 기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 아주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라. 행복이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계속 쉬고 싶고 숨어있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다.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았으면 한다.
대신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어떤 모습의 당신이든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도 어릴 적 가족들이 은둔과 고립 생활을 별다른 특별한 것으로 대하지 않고 기다려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당신의 마음이 허락하는 대로 평안한 변화를 맞이하길 응원한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기타 하고 싶은 말.
"무언가 상처받은 사람들. 그러니까 제 스스로도 위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항상 아래에서 뭔가를 바라봤던 사람이다 보니 마음이 꼬여 있거나 은둔을 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 뭔가 정이 간다. 그래서 마음이 꼬여 있고, 어둡고, 좀 외로운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계속 전해주고 싶다. 그런 사람들을 설득시켜주는 작가 활동을 계속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차기작도 그런 내용으로 생각을 하고 그림책 역시 계속 낼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려고 하자, 솔솔작가를 도우며 함께 활동하고 있는 그림책 큐레이터 '루나'가 입을 열었다. 그는 솔솔작가가 장기간의 은둔 생활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다.
루나는 솔솔작가와 작업을 하며 현대사회 고립과 은둔으로 고통받은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통해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들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큐레이터 루나의 발언 내용이다.
"솔솔작가와 그림책 콘텐츠들을 같이 개발하면서 느낀 점은 보통 그림책을 다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외받은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한 사례를 들면 어떤 분은 자기 자녀가 '순애'와 같은 상황이라며 그림책을 보고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또 신기하게 직장인이나 대학생분들 같은 어른들에게 그림책이 더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그림책을 보고 위로받은 사람이 상당히 많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순애와 보라는 캐릭터로 조금 더 고립이나 은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자는 생각을 했다. 다음 달 중에는 관련 굿즈들도 출시할 예정이다. 주제는 '당신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