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백종원 '팬덤'은 왜 '빽햄'에 분노했을까

2025-01-21     김상우 기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빽햄' 홍보 영상을 두고 네티즌들이 옥신각신하고 있다. 앞서 백 대표는 67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빽햄을 45% 할인 판매하겠다는 홍보 콘텐츠를 게재했다. 빽햄은 국내 주요 육가공업체가 위탁 제조한 더본코리아의 돼지고기 통조림 PB 제품이다.

이 콘텐츠는 20일 기준으로 3000개 이상의 댓글이 쏟아졌다. 대부분 빽햄 가격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네티즌들은 45%라는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대표 제품인 CJ제일제당 '스팸'보다 비싸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는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이 스팸보다 적다는 사실도 거론하는 등, 소비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백 대표는 아직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간 일부 매체의 비판 기사에 적극 반박하는 콘텐츠를 게재한 것과 사뭇 다른 대응이다.

이번 논란은 백 대표의 막강한 영향력에 기반한 '팬덤 경영'의 한 단면으로 읽힌다. 현 정치계의 주류 트렌드인 '팬덤 정치'와 같이, 강성 지지층을 자양분으로 한 팬덤의 양면성을 노출한 모습이다.

백 대표의 팬덤 경영은 인기 연예인과 다름없는 왕성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활동을 기업 경영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지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더본코리아 '연돈볼카츠' 가맹점 폐점을 두고 백 대표는 자신이 직접 출연한 영상 콘텐츠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분통의 이유는 '존속기간'과 '영업기간'의 잘못된 이해로 언론이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사태의 본질적 문제였던 연돈볼카츠의 폐점률, 매출 하락, 가맹사업법 위반 문제 등 핵심 사항에 대한 유의미한 해명은 찾기 어려웠다.

최근 지역 축제를 더본코리아가 대거 수주했다는 비판 기사에서도 백 대표는 거론한 지역 축제 수십 개가 2년 동안 14개에 불과했다는 점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회사가 지역 축제로 이러이러한 활동을 전개해 얼마의 수익을 냈는지 투명하게 밝히면 그만인 일이다. 일부 지역 언론은 홍성군새마을부녀회에서 판매한 떡볶이와 어묵을 사 먹었더니 영수증에 서울 주소가 찍히고, 새마을식당 서초교대점 상호로 영수증을 받았다며 관광객들의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최근 더본코리아를 향한 비판을 더는 묵과하기 어렵다며 '더본 뉴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더본 뉴스를 열독해 달라는 영상을 보자면, 그의 팬덤 경영이 어느 정도 수위에 이르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빽햄 가격 논란은 무슨 사유일까. 그동안 응원의 목소리가 가득했던 댓글 창이 비난의 댓글로 뒤바뀌었다. 홍위병 같았던 이들이 돌변한 이유는 누구보다 백 대표가 잘 알 것이다.

이제 더본코리아는 대중과 주주에게 투명한 공개를 약속한 상장사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면 애초에 상장을 포기했어야 한다. 더본코리아가 3개월 만에 공모가 아래까지 추락한 것은 냉담한 자본시장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회사의 불투명한 캐시카우에도 불구하고 백 대표가 팬덤 경영에만 집중한다면 나중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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