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담 했던 '대왕고래' 경제성 없었다…국가 프로젝트 사실상 '좌초'

핵심 '탄화수소' 희박…경제성 없음 '잠정 결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최근 현장서 철수해 "일부 정무적 판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사과

2025-02-06     정승양 대기자
 '대왕고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사진제공=산업부)

[뉴스웍스/세종=정승양 대기자]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대한 첫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정부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발표를 할 정도로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되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추가 사업 동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6일 "지난해 12월 20일 동해 현장에서 탐사시추 작업을 시작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최근 시추 작업을 마무리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전하며 "시추 결과 우리가 설정한 경제성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왕고래에 대해 ‘경제성 없음’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이유로는 석유 탐사의 핵심 기준이 되는 탄화수소의 기준치 미달이 꼽히고 있다. 최 차관은 “석유 탐사의 경우 저류층 두께, 덮개암, 탄화수소 밀집도 등이 일정 수준이상일 경우 본격 시추의 경제성을 가진다”며 “시추 결과 가장 핵심이 되는 탄화수소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포항에서 동쪽에서 50㎞ 이내에 자리 잡은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노르웨이 해양 시추 업체인 시드릴의 드릴십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한국석유공사 임대로 입국한 뒤, 이곳에서 지난 47일간 1㎞ 이상 드릴을 내려 해저 지형을 뚫고 암석을 채취하는 작업을 수행해 왔다.

이 당국자는 “웨스트 카펠라호가 지난 4일 탐사작업을 최종 완료하고 5일 부산항에 입항했다”며 “시추 결과 가스전을 발견했지만, 경제성을 갖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과 관련해 개발주체인 석유공사는 앞서 자문사인 액트지오의 도움을 받아 기존에 확보한 물리탐사 결과를 분석해 '대왕고래', '오징어', '명태' 등 해양생물의 이름이 붙은 7개의 유망구조를 확보한 바 있다.

이 중에서 첫 탐사시추 대상지로 낙점된 대왕고래 구조는 석유·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돼왔다. 특히 첫 탐사 시추 결과는 대규모 후속 투자가 잇따라야 하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지속 필요성에 관한 국민 여론 형성과 해외 메이저 업체들과의 투자협상에도 모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초미의 관심을 끌어왔다.

정부는 다만 이번에 채취한 시료에 대한 정밀분석은 지속해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해외투자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앞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라는 명칭은 이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 가능성은 없다”며 “대왕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를 할 경우 앞으로 동해가스 심해전 탐사작업으로 불러야 맞다”고 수정했다.

그러나 해외투자 가능성은 낮게 전망되고 있다. 그는 “해외투자는 정부예산 확보와 연계돼 진행돼야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재논의를 통한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경제성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직접 개발 의지를 피력할 만큼 현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 과제로 내세운 것은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자원개발 생태계 확보, 자원 안보 차원에서 지속적인 자원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일부 정무적 판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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