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 지식이 노후 준비 앞당긴다
최근 많은 젊은 세대들은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표현할 때 '퇴사마렵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직장을 떠날 경우 본인이나 가족의 노후 준비는 충분할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퇴직연금에 가입한 30~59세의 퇴직연금 가입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단 17.4%에 불과했다.
반대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33.5%로, 직장인 10명 중 3명이 노후 준비가 미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많은 직장인들이 퇴사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노후 준비에 대한 깊은 고민은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령별로 노후 준비 상황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보면, 30대는 평균 42.95점으로 가장 낮았고, 40대는 44.12점, 50대는 47.67점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조금씩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은퇴가 임박한 50대에서도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응답은 21.4%에 불과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후 준비 문화가 부족함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소득이 발생하는 30대부터 자산관리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과연 언제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할까?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의 평균 노후 준비 시작나이는 43.1세로 나타났다. 30대는 평균 36.2세, 40대는 43.2세, 50대는 49.0세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는 금융상품 지식수준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금융상품 지식이 '매우 낮은 수준'인 경우 평균 44.4세에 시작한 반면 '매우 높은 수준'인 경우에는 평균 38.8세로 시작해 약 6년 차이가 있었다. 이는 금융상품 지식이 높을수록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더 일찍 깨닫고 시작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또한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고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노후 준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직접 운용해야 하는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인 중 금융지식이 높은 사람들은 적극투자형과 공격투자형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 지식수준이 '매우 높은 수준'인 사람 중 '안정형' 투자성향을 가진 비율은 3.6%, '안정추구형'은 7.1%에 그쳤으나 '공격투자형'은 60.7%에 달했다. 이는 금융상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에 도움이 되고, 적극적인 투자는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높여 경제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녀 지원 등의 이유로 자신의 노후 준비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후 준비를 늦추면 노년을 빈곤하게 보낼 위험이 있으며, 바라던 퇴사나 은퇴도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소득이 있을 때 신속히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상품 및 투자에 대한 지식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자산 관리는 금융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맹이나 컴맹보다 더 무섭다는 '금맹(金盲)'에서 벗어나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노후자금을 더 빨리,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혼자 공부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금융관련 교육을 이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영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