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 추가 관세 엄포에…긴장감 감도는 '韓 철강'

철강업계 "쿼터제 적용 국가에 대한 적용 방식 관건" 알루미늄업계 "관세 예외 프로세스 유지 여부 핵심"

2025-02-10     정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조치로 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업계는 긴장 속에서 향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캐나다를 포함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알루미늄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앞서 중국이 140억달러(약 20조314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0~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편적 10% 관세 인상을 단행하자, 중국 역시 보복 관세 부과를 개시하면서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첫 임기에서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수출 제한 조치)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산 철강 제품은 연간 263만톤까지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국내 철강주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25% 관세 카드를 꺼내 들기로 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제강은 전 거래일 대비 610원(3.91%) 내린 1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철강 대장주인 포스코홀딩스도 2000원(0.84%) 떨어진 23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중 22만7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는 한국을 특정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또한 기존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국가들은 추가 관세로 인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이 받는 타격은 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덜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쿼터제를 조정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추가 관세가 그대로 적용되면 대미(對美) 철강 수출 물량 감소로 나타날 우려가 제기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자동차 강판, 강관, 스테인리스강 등 다양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추가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0~2024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 (출처=한국철강협회)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76만6234톤으로, 전체 철강 수출(2835만411톤)의 약 10%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5년간 최대 수출량으로, 품목별로는 강관(108만9190톤·39.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열연강판(50만3902톤), 중후판(18만8336톤), 컬러강판(15만3148톤), 아연도강판(13만5007톤), 냉연강판(10만5417톤), 형강(10만3079톤) 등이 연간 10만톤 이상을 수출됐다. 

세아제강은 국내 철강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내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세아제강은 2016년 미국 휴스턴 공장을 인수해 생산 거점을 마련했고, 연간 약 25만톤의 강관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관세 부과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쿼터제를 적용받는 국가들에 대한 관세 적용 방식이 중요한데, 아직 정확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며 "통상 문제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는 데 제약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면 미국 내 생산법인들과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루미늄업계도 추가 관세에 대한 영향을 예의주시 중이다. 현재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알루미늄은 기존 1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이번 추가 조치로 총 35%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2020~2024년 한국의 대미 알루미늄 수출량. (출처=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알루미늄 수출량 25만851톤, 수출액은 10억2000만달러(약 1조4800억원)로 전체 알루미늄 수출의 20%를 차지했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알루미늄판(18만7400톤)이 가장 많았고, 기타(2만4965톤), 알루미늄박(2만7777톤), 알루미늄합금괴(1만693톤), 알루미늄스크랩(16톤)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대미 알루미늄 수출량의 63%를 차지하는 노벨리스코리아는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6억4000만달러(약 9286억원) 규모의 알루미늄판을 미국에 수출했다. 

노벨리스코리아 관계자는 "정확한 관세 관련 발표 내용을 보고 내부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관세 예외 프로세스'의 유지 여부가 이번 추가 관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품질이 미달하는 제품, 생산 용량 부족한 제품 등의 사유가 있으면 10% 관세의 90% 이상을 환급받는 제도가 운영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관세 예외 프로세스로 대부분 환급이 가능해 큰 타격이 없었지만, 이번 추가 25% 부과 이후에도 이 같은 프로세스가 유지될지가 관건"이라며 "예외 조항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환급이 어려워질 경우 수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12일(현지시간) 사이 상호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상호 관세란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수준과 동일하게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상호 관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세계 국가 중 8위를 기록한 만큼, 추후 추가 조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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