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망보험금과 유류분 소송

2025-02-22     정민서 기자
김희성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

대법원판결에 따라 사망보험금이 유류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즉, 거액의 사망보험금이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지급돼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한다면, 보험금 수령자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망인(피상속인)이 생전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자를 일부 상속인 또는 제3자로 지정한 경우, 사망보험금은 해당 수익자의 고유한 재산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수익자가 상속인이라면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보험금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이 아니더라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유류분 반환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판례 사례를 살펴보면, 부인과 오랜 기간 이혼 소송 중이던 의사가 동거하던 내연녀를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변경한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의사는 2013년과 2015년에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내연녀로 변경했고, 2017년 사망했다. 이후 내연녀는 12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했으며 부인은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많아 한정승인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부인은 실질적인 상속을 받지 못했으며 내연녀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 반환 소송에서는 유류분 부족액을 청구하는데, 이를 산정하려면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유류분 기초 재산은 상속재산에 생전 증여액을 가산한 후 상속채무를 공제해 산출된다. 이때 사망보험금을 유류분 기초 재산에 포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유류분 기초 재산에 포함되는 생전 증여는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인 경우, 증여 시기와 무관하게 전부 포함된다. 반면,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라면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의 증여만 기초 재산에 포함된다. 다만, 증여자가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입힐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1년을 초과한 증여도 기초 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

즉, 피상속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 계약을 체결한 후 수익자를 제3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했다면 이는 제3자에 대한 증여로 간주한다. 따라서 보험수익자가 공동상속인이라면 특별수익으로 인정돼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 기초 재산에 포함된다. 그러나 보험수익자가 제3자라면, 수익자 지정 또는 변경이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에 이루어진 경우에만 기초 재산으로 포함되며 1년을 초과하면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입힐 의도를 가지고 증여했음을 입증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판결).

위 사례에서는 수익자를 내연녀로 변경한 시기가 증여 시점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상속 개시(사망) 1년 이전에 수익자를 변경한 것이므로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유류분 소송이 가능하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로 한 증여'가 인정되려면 ▲증여 당시 증여 재산의 가액이 증여 후 남은 재산 가액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장래 상속 개시일까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고 증여했다는 사정이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원심이 가해 의사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했다. 또 증여 재산의 가액이 남은 재산을 초과한 점은 인정되지만 장래 상속개시일까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이후 증가하지 않으리라는 점까지 예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류분 권리자에 대한 가해 의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사망보험금이 생전 증여로 인정될 경우, 기초 재산에 포함되는 증여 가액은 수익자 지정 또는 변경 과정에서 의도된 목적과 수익자가 얻는 실질적 이익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납부한 보험료 총액 중 피상속인이 납부한 비율에 보험금을 곱해 산출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판시했다.

유류분 소송에서 '손해를 가할 의도'라는 요건을 입증하는 것은 주관적 인식의 문제이므로 다양한 사례에 맞는 논리적 주장과 입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상속인과 보험수익자는 대법원의 법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유류분 및 수익권 보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희성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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