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오너 일가 주식담보대출 1.4조 증가…영풍, 증가액 '1위'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8개월 만에 1조4597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에 담보 대출이 없던 태영·신세계 등이 새롭게 대출을 실행하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겪은 영풍그룹의 대출이 증가한 것에 따른 것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88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9개 그룹의 오너 일가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42개 그룹에서 최소 1명 이상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담보 비중도 25.2%포인트 증가했다.
오너 일가 588명 중 164명이 보유 주식의 65.9%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9조3747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6월(121명) 대비 43명이 증가한 수치다. 담보 대출 총액은 7조9149억원에서 1조4597억원 증가했고, 주식 담보 비중은 40.7%에서 65.9%로 늘어났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이유는 경영자금 마련, 승계자금 확보, 상속세 납부 등 목적이 큰 데, 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어 경영권 행사에 큰 영향이 없기 떄문이다.
대출금 증가액이 가장 큰 그룹은 영풍으로 오너 일가 18명이 공동명의를 포함해 총 4895억원을 대출받았으며, 담보 비중은 86.2%였다. 이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분석된다.
태영과 신세계는 처음으로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었다. 태영그룹은 윤석민 회장과 부친 윤세영 창업회장이 공동 담보로 4000억원을,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2158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삼성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의 총대출금은 3조2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00억원 증가했다.
효성은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주식 담보 대출이 많았다.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5822억원, 1670억원을 빌렸다.
SK그룹은 대출금(5992억원)이 233억원가량 줄었지만, 담보 비중은 38%에서 49%로 늘었다.
영풍의 대출금 규모는 네 번째로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HD현대그룹(4152억원), LG그룹(4042억원), DB그룹(4007억원) 등 순이었다. 이어 롯데그룹은 3174억원, 셀트리온그룹은 2896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별 담보 대출 금액은 홍라희 전 관장이 보유 주식 9978만7277주 중 5180만 1809주(51.9%)를 담보로 2조1200억원 대출받으면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홍 전 관장에 이어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뒤를 이었다.
오너 일가 개인 보유 주식을 100%로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태영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을 비롯해 홍석현 BGF그룹 회장, GS일가의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과 장남인 허선홍 씨 등 보유 주식 담보 비중은 100%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