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금융 역할 외면"…광주은행 수익 '역외유출' 논란 가열
최근 5년간 배당성향 46.9%…지역내 재투자 보다 지주사 이익 확대에 초점 전북에 추진 통합연수원에도 투자 강요…노조 "지역 금융 독립성 침해" 반발
[뉴스웍스=김영환 기자] 광주은행이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의 공동 전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노동조합이 독립성 약화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최근 5년간(2020~2024년) 5763억원을 JB금융지주에 배당했다. 이는 JB금융지주 계열사인 전북은행(12.82%)과 JB우리캐피탈(9.88%)보다 높은 46.92%의 배당 성향을 기록하며, 지역 경제보다 지주사 이익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은행의 수익이 지역 내 재투자보다 JB금융지주의 타 지역 사업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JB금융지주는 2023년 전북 정읍에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연수원(아우름캠퍼스)을 건립, 광주은행이 40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과정에서 광주은행이 2017년 연수원 건립을 위해 11억9000만원을 들여 매입한 담양군 한 폐교 건물과 토지는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은 해당 연수원 운영비로 매월 1억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주요 이용자는 전북 소재 기관과 JB금융 계열사 직원이 많아 지역사회 기여도가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는 "광주은행의 이익이 지역 내에서 선순환되지 않고 JB금융의 타 지역 사업에 편중되는 것이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산센터의 전북 이전이 광주은행의 독립성을 약화하고 장기적으로 원뱅크(One Bank) 체제로 전환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지역사회, 지방의회, 경제계와 연대해 반대 운동을 전개, 2주 만에 전국 직원의 90%(약 1600명)가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2016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전산 통합을 단순한 기술적 결합이 아닌 실질적 금융 서비스 통합으로 접근하며 원뱅크 체제를 구축했다. BNK금융그룹 또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전산 통합을 추진했으나, 원뱅크 체제에 대한 지역 반발로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노조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은행인 만큼, 독립적인 금융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4년 JB금융이 광주은행을 인수할 당시 체결한 '지역금융상생발전 협약서'에 따라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고, 각 지역에 독립적인 전산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B금융지주는 지난 1월 전산센터에 대한 그룹 공동 진단 컨설팅을 진행한 후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공동 전산센터를 전북 전주시 탄소 소재 산업단지에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사업비는 67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2028년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동 전산센터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가'와 '광주 첨단 3지구 내 AI 융복합지구'가 제외된 이유에 있다. 노조는 전산센터 통합 이전이 전북 중심의 원뱅크 체제로 가는 초석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광산구를 제외한 광주시와 4개 자치구에서 1금고에 선정·운영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지역사회 기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신학기를 맞아 광주 남구 지역 청소년 10명에게 500만원 상당의 교복을 후원하고, '희망이 꽃피는 공부방' 사업을 통해 100호점을 돌파하는 등 지역 아동과 청소년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설 명절을 맞아 지역 향토부대인 제31보병사단에 1000만 원의 위문금을 전달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광주은행의 예대마진이 2024년 9월 기준 전국 주요 은행 중 가장 높은 2.6%를 기록하며 '고금리 이자 장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기여가 이에 비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역외 유출과 관련해 광주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광주은행이 지역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실질적인 금융 지원이나 공헌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광주은행이 지역 내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JB금융지주의 경영 기조 속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역 금융의 독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당 정책 조정, 지역 내 금융 지원 확대, 전산센터 운영 방향 재검토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역외유출 논란과 금융 독점 구조 속에서 지역 경제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