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가득한 트럼프 관세 압박…기업들 "오락가락 정책에 대응 난감"

2025-03-12     채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관세 부과 정책에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공습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내 기업들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한 관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삼성전자 가전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업체들 혼란 가중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일정을 미루거나 유예하고, 몇 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도 오락가락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시행돼야만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제품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자동차 관세를 유예했으며, 6일에는 캐나다·멕시코의 다른 수입품에도 추가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12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한 철강·알루미늄 품목 25% 관세 부과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기존 대비 관세를 두 배로 올려 50%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나절 만에 이를 철회했다.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음 달에는 각국의 대미 관세율을 고려한 '상호 관세' 부과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이 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내 주목된다. 관세 압박과 병행한 미국 내 투자 요구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우선 삼성전자에 대해 한국의 한 경제지가 보도한 바를 토대로 "멕시코의 건조기 제조 공장을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LG전자 역시 보도를 인용하며 “멕시코의 냉장고 제조 공장을 세탁기·건조기를 생산하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대차는 조지아주 신설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반도체법' 폐지도 우려…기업들 "대응책 확정 못 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제품·휴대전화·반도체 품목에서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관세 부과에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SK하이닉스도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TV 및 생활가전 분야는 제품 가격이 대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여서 관세 부과로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어서,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관세 문제는 국가와 국가의 일인데, 일개 기업이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 미국 공장의 경우, 기존에 있는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고, 새롭게 건립할 수도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관계자도 "관세 정책이 어떻게 정해질 지 좀처럼 모르겠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에 몇 퍼센트의 관세로 정해진다면, 손실 규모가 알어느 정도가 될지 추산하고 이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게 되는 데, 현재는 예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과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4나노 이하 첨단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미국 공장을 짓고 있지만,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려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놨고 내용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 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어느 시나리오가 더 나은 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관세 부과 후 추이를 봐서 어떤 시나리오를 택할지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TV 사업을 맡고 있는 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 담당 상무는 "현재 모든 TV 업체 중 미국 내 TV 공장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다들 멕시코나 동남아,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생산 거점이 어디에 위치해야 관세를 절감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아직 미국 현지 공장을 지을 계획은 없다"라고 언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정도로만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반도체 품목에 관세 부과가 예고됨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는 관세 대응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미국 공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는 했지만, 향후 추이를 봐야 정확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원)를 들여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에 나섰다. 이는 미국에 짓는 첫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으로, 6대 HBM 제품인 HBM4를 양산하는 등 AI 메모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고 '반도체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반도체 지원법이 돈 낭비”라며 "과거에는 미국이 인텔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했었지만, 이제는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시장을 가져가 거의 독점하고, 한국도 약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일 개최된 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칩스 액트'가 “형편없다”면서 “몇천억 달러나 지원하고 있는데, 아무 의미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줄 생각은 없다"고 말해 그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법 폐지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법을 폐지한다고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두고 봐야 한다"며 "지금 예측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어서,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법이 폐지되면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없다.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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