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ABSTB 개인투자자들 울분…"상거래 채권 인정해 달라"

비대위 "김병주 MBK 회장, 고의적 부채 탕감 한통속"

2025-03-12     진은영 기자
12일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진은영 기자)

[뉴스웍스=진은영 기자]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이하 ABSTB) 투자자들이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BSTB 상거래 채권 인정 및 우선 변제를 촉구했다.

이의환 비대위원장은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후 우리 피해자들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듯 암담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피해자 대부분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 채권이 무담보 채권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복잡한 설계구조의 담보권도 갖지 못하는 무늬만 채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 소유 국내 대형 할인 매장인데 이렇게 큰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회생 신청을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가입한 채권이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금융채권이 되면 순식간에 깡통 채권이 된다는 것을 듣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12일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진은영 기자)

비대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 홈플러스와 현대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MBK파트너스가 짜고 친 판이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가 카드사와 모의해 고의로 일으킨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비대위는 "기업회생 개시 신청을 한 다음 날 오전 11시, 업무 개시 후 2시간 만에 회생 개시를 결정했다"며 "이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고의성 부도 행각"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4000억원 규모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회생 개시 결정 후 첫 번째로 만기가 도래한 118억4000만원을 비롯해 지난 10일에도 324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행태도 고발했다.

이의환 비대위원장은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약 68% 대주주이자, 홈플러스의 소유주"라며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이번 사태로 단 한 푼의 피해도 입지 않고 손실을 전단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통 대기업이 위험해지면 대기업 오너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위기를 막으려는 모습을 보았는데, MBK와 홈플러스는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회생신청을 해서 부채를 단번에 털어버리고 우리 피해자의 뒤통수를 치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악질적인 범죄행위"라며 "MBK오너 김병주 회장은 개인재산만 14조원이라고 알고 있다. 그는 오너라서 다른 사주들처럼 위기에 대응하지 않았고, 수많은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낸 부도덕한 날치기 행각만 벌였다"고 분노했다.

이날 피해자인 어머니를 대신해 집회에 참석한 A씨는 "부모님의 목숨 같은 돈을 금융채권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아버지가 노후 자금으로 평생 모은 2억원을 증권사 지점 직원 소개로 전단채에 투자했고, 첫 전단채 투자 계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홈플러스 법정관리로 금융 채무가 동결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어머니는 소식을 듣고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다니는 상태다. 우리 집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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