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틘 보험사, 금융당국 지급여력비율 '150→130%' 낮춰

자본규제 적정성 재평가…후순위채 중도상환 요건 15% 인하

2025-03-12     손일영 기자
현대해상 본사.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신IFRS17로 인해 자본 적립 규모가 커진 보험사의 부담이 덜어진다.

12일 금융당국은 새롭게 도입된 IFRS17·K-ICS(킥스)에 맞춰 보험업권 자본규제를 고도화한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의무 준수기준으로 도입하고 공시를 강화해 자본의 질을 개선한다. 또 보험업권 스트레스테스트 진행 시에도 기본자본을 모니터링 대상으로 추가해 관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후순위채 중도상환 요건의 경우 15% 내외로 인하할 계획이다. 실무 TF와 계량영향 평가를 거쳐 상반기 중 최종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경과규정을 마련해 연착륙도 유도한다. 개선 추진 시 킥스 비율을 활용하고 있는 연계된 다른 규제 기준도 조정한다.

예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기준인 150%도 130%로 낮춰 준비금을 80% 적립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재조정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납세·주주배당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명확한 IFRS17에 대한 기준도 정한다. IFRS17은 원칙 중심의 기준서로, 계리 방법론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제도 도입 후 보험사는 개별 사안별로 대응함에 따라 회계·계리 관리감독 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법규화해 체계적·세부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정비한다.

구체적으로 평가 기준 및 방법론의 주요 내용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법규 해설서 및 이슈별 실무지침도 제시한다.

금융당국은 실무표준 작성 주체에 대한 법규상 위임규정 마련으로 강행력을 부여해 민간 실무표준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리 감독·검사 및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비상위험준비금도 개선한다. 일반손해보험 시장 성장에 따라 적립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최근 경험통계와 신 회계제도에서의 신뢰 수준을 고려한 적립 한도 재산출 시뮬레이션 결과 보험종목별 한도가 10~100% 조정돼 적립액이 약 1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입요건의 경우 당기순손실·보험영업손실과 같은 비현실적 요건을 삭제해 종목별 일정 손해율 초과 시 준비금을 환입할 수 있도록 정비한다.

금감원은 비상위험준비금이 합리적으로 산출되고 준비금 등 보험사 자본의 활용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규제 완화는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의 요구로 시작됐다.

새로운 회계제도에서는 금리하락, 손해율 증가 등 기초가정 변동이 보험사 재무구조 및 지급여력에 반영된다. 특히 장수·해지·대재해 등 신규 위험을 도입해 보험사의 잠재리스크를 측정하고, 그 수준도 강화함에 따라 보험사가 적립해야 하는 자본도 크게 증가했다.

실제 예전 제도에선 요구자본이 67조9000억원인데 반해 지난해 9월 킥스를 적용한 요구자본은 118조9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제도 전환으로 동일 건전성 비율 유지를 위한 적립 필요자본이 증가했음에도 후순위채 중도상환·보험종목 추가 등 인허가 관련 감독기준은 적립비율 150%로 유지되고 있어 보험사들은 과거 설정된 감독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본증권을 대거 발행 중이다.

지난해 보험권이 발행한 자본증권 규모는 8조7000억원으로 1년 새 272% 급증했다. 보험사는 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 늘어 재무 부담도 커진 만큼 제도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요청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소식이 들리자 보험주는 대폭 상승 중이다. 현대해상은 전 거래일 대비 11.88% 상승했고 한화손해보험도 8.03% 올랐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다른 보험사 역시 3~4%대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해상은 신회계제도로 인해 지급여력비율이 전년 대비 17.4% 하락한 155.8%를 기록했다. 한화손보는 212%로 높은 편이나, 최근 건전성 유지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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