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홈플러스 사태가 불러온 MBK·증권가 '눈치게임'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를 두고 금융권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사기판매'인지 증권사의 '불완전판매'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핵심은 MBK가 신용등급이 하향될 것임을 미리 알았음에도,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CP를 판매하는 등 자금 조달에 지속해서 나섰냐는 점이다.
홈플러스 측은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나 기업CP를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라며 금투업계에 책임을 떠넘겼다. 홈플러스의 ABSTB 미상환 잔액은 약 4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ABSTB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 등 증권사 연대가 MBK를 향해 형사고발 및 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구도가 형성됐다.
책임을 서로 미루는 사이 일반투자자만 손실을 떠안게 됐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채권 판매 과정에서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를 살피며 행동에 나선 상태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살리는 길은 있다.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면 원금을 찾을 수 있다.
다만 기업회생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금융채무 상환보다 상거래 채무를 먼저 갚을 예정이다. 만약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ABSTB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법원에 채무조정에 따라 이곳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해는 불가피해진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번 이슈를 보면 12년 전 '동양 사태'가 떠오른다.
지난 2013년 동양그룹(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을 통해 부도 위험성을 숨기고, 1조5000억원대 CP와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에도 낮은 신용등급으로 기관에게 팔지 못한 CP와 회사채가 개인 투자자에게 팔렸고, 이 손실은 4만여명의 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여의도 증권가는 이번 사태를 조심스레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동양사태 당시 동양증권 직원들 사이에서는 괴로움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졌던 만큼 성급한 예상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흔히 인과관계에 대한 딜레마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잘잘못에 대한 소재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과거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