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올해 주총 이후 '혁신' 드라이브…수소·중고차 사업 확장

현대차, 정관에 '수소사업' 추가…첫 여성 ICT 전문가 이사회 합류 기아의 경우 '부동산 개발업' 추가…인증 중고차 사업 본격 확대

2025-03-13     정현준 기자
현대차 및 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현대차는 정관에 '수소사업'을 추가하고, 기아는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 목적에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와 중고차 시장 공략에 각각 나설 방침이다.  

13일 현대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제57회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안건으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수소사업 및 기타 관련사업' 추가) ▲이사 보수 한도 증액 등이 상정될 예정이다. 

특히 수소사업 추가는 현대차가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선도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투싼 ix FCEV'를 출시한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정관에 수소사업을 공식 명시했다.

현대차 측은 "수소 사업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하고, 수소 관련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한다"며 "이를 통해 모빌리티와 에너지 역량의 결합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최근 울산공장 내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차가 국내에 처음으로 구축하는 수소연료전지 공장으로, 올해 착공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 (사진제공=현대차)

또한, 올해 상반기 신형 수소전기차(FCEV) '이니시움'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니시움은 2018년 출시된 '넥쏘'의 후속 모델로, 1회 충전 시 650km를 주행할 수 있어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 투자 규모 24조3000억원 중 11조5000억원을 전동화 및 수소 시스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친환경 미래 기술 개발을 가속한다. 관련 예산은 ▲제품 경쟁력 강화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수소 제품 개발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1년 9월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수소비전 2040'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 같은 행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밝힌 "2040년까지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수소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비전과 맞닿아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차원의 수소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CES 2024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를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같은 해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일본 내 수소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한일의원연맹 방일 행사에 참여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일본 내 수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및 시장 확대를 가속할 계획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에너지수소사업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해당 본부는 수소에너지 공급망(밸류체인)을 총괄하며,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계열사 간 협력과 조정은 물론, 각국 정부 및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까지 주관하는 핵심 조직이 될 전망이다. 본부장에는 푸조시트로앵그룹(PSA) 출신의 켄 라미레즈 부사장이 임명됐다.

아울러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내·사외이사에 관련 역량을 갖춘 전문 인재를 배치하고 있다. 특히 SDV 시대를 대비해 자율주행 및 반도체 기술 내재화를 위한 전문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첫 여성 사내이사로 진은숙 ICT 담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진 부사장은 2021년 현대차 ICT 본부장으로 합류해 지난해 5월부터 ICT 담당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선임을 통해 이사회 내 성별 및 전문 분야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달리는 컴퓨터'로 불리는 SDV 시대를 대비한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사외이사로는 ▲김수이 전 CPPIB 글로벌 PE 대표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 ▲벤자민 탄 전 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글로벌 금융 및 기술 전문가들이 새롭게 합류할 예정이다.

기아도 올해 사업 확대를 통해 혁신에 나선다. 기아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14일 현대차 정기주총 장소와 같은 곳에서 정기주총을 연다. 

이번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 한도 증액 ▲정관 일부 변경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다.

특히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인증 중고차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조치를 한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차는 이미 2023년 정관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 10월 인증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와 상생을 위해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기로 했다. 올해 4월까지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4.1%, 2.9%를 유지하는 내용으로, 5월부터는 이 제한이 해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아는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공략을 위해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 개발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중고차 시장도 판매량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공략으로 침체한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는 롯데렌탈의 B2C 중고차 사업 확장과 점유율 제한 해제로 중고차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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