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팔아도 더 번 현대차·기아…'GV80' 3년 동안 11.5% '껑충'

최근 3년 간 국내 가격 인상 가팔라…SUV·고급 모델 중심 이뤄져 전문가들 "가격 인상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정부 감시 필요"

2025-03-17     정현준 기자
GV80 블랙과 GV80 쿠페 블랙.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평균판매가격(PPA) 상승을 통해 영업이익 증대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 고급 모델과 SUV 판매 호조, 환율 상승 등이 국내외 판매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17일 양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해외 승용차 평균 판매가는 약 6900만원으로 전년(6293만원) 대비 9.6%(607만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해외 레저용 차량(RV) 평균 판매가도 7387만원으로 전년(6744만원)보다 9.5%(643만원) 올랐다.

국내 시장에서도 승용차와 RV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현대차의 국내 승용차 평균 판매가는 5398만원으로 전년 대비 2.4% 상승했고, RV 부문은 5165만원에서 5343만원으로 3.4% 인상돼 승용차보다 더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기아도 가격 인상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 해외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3621만원으로, 전년 대비 6.2% 상승했다. RV 평균 가격은 6383만원으로 10.5% 증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승용차 평균 가격 3690만원으로 8.5% 오르며 비교적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으며, RV 평균 가격은 4822만원으로 0.5% 소폭 증가했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70만501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7.5% 감소했으며, 기아 역시 같은 기간 54만10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4.2% 줄었다.

2025년형과 2022년형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종별 가격 변동 비교 표. (출처=카이즈유데이터/표=정현준 기자)

최근 3년간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모델별 판매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제네시스 'GV80'이 가장 큰 인상 폭을 기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형과 2022년형 모델을 비교했을 때 GV80(뉴 제네시스)의 판매 가격은 6840만원으로, 2022년형(6136만원) 대비 704만원(11.5%) 높아졌다. 이어 제네시스 G80(588만원·11.1%), GV60(500만원·8.3%), G90(660만원·7.4%), GV70(358만원·7.2%) 순이었다.

현대차 차량 중에서는 그랜저의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2025년형 기준 874만원(32.0%)이 인상됐다. 이어 팰리세이드(516만원·13.3%), 싼타페(336만원·10.6%), 캐스퍼(75만원·5.5%), 아반떼(98만원·5.3%) 순이다. 

기아 모델에서는 K5가 407만원(19.4%) 인상돼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니로(317만원·13.0%), 카니발(371만원·11.7%), 쏘렌토 하이브리드(352만원·10.0%), 셀토스(170만원·8.7%), 레이(65만원·5.1%) 등이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차는 110만~537만원, 기아는 300만~500만원, 제네시스는 246만~2661만원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2025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차)

이러한 가격 인상 추이는 현대차·기아의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현대차·기아의 내수 점유율은 2022년 88.6%에서 2023년 91.4%, 지난해에는 91.8%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독점적 시장 구조는 주요국에서도 보기 드문 실정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인 도요타조차 일본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JAD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신차 등록 대수는 약 442만대였다. 이 중 일본계 브랜드의 판매량은 418만대로 전체의 94.6%를 차지했다. 도요타그룹(다이하쓰공업·히노자동차 포함)의 판매량은 176만대로, 점유율은 42.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사의 가격 책정 방식과 패키지 옵션 적용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가격은 차종별 부품 단가와 시스템 구성, 옵션 패키지 구성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런 것들이 수백만 원의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만 선택할 수 없도록 패키지로 묶어 가격을 올리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제조사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변경해 차량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필요하지 않은 사양까지 포함해 가격을 올리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노사 협상을 통해 임금이 상승해 오면서, 현재 전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보다 높은 인건비 부담이 차량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이러한 요인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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