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의 '차이나 드림' 무너지나…아모레 中공장 가동률 10%대 추락

2025-03-20     김상우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률이 10%대로 추락했다. 생산라인 10개가 있다면 1~2개 라인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셧다운'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지 공장의 매각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아모레퍼시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률은 1년 만에 50%대에서 10%대로 낮아졌다.

세부적으로 상하이 스킨케어 공장 가동률은 56.1%에서 16.9%로, 상하이 메이크업 공장 가동률은 55.4%에서 21.2%로 떨어졌다. 공장 가동률이 불과 1년 만에 각각 39.2%포인트, 34.2%포인트 주저앉은 것이다.

이러한 가동률 저하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는 2022년만 해도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당시 상하이 스킨케어 공장 가동률은 79.2%, 메이크업 공장 가동률은 80.1%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늘어난 재고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생산라인 가동을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하이 공장의 기초화장품 생산능력 규모는 21억2419만위안(약 4280억원), 색조화장품 생산능력은 5억4197만위안(약 1090억원)이다. 같은 기간 실질 생산실적은 기초화장품 3억5832만위안(약 720억원), 색조화장품 1억1511만위안(약 230억원)에 머물렀다.

중국 상하이 공장은 지난 2014년 약 1300억원을 투입해 지어졌다. 대지면적 9만2787㎡(약 2만8100평), 건축면적 4만1001㎡로 축구장 12배 규모다. 연간 1만3000톤에 본품 기준 1억개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공장이 준공될 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중국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두 배가량 추가로 늘릴 것"이라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서 회장은 중국 시장의 하락세가 완연했던 2023년에도 신년사를 통해 "여전히 우리에게 중국은 중요하다"며 "반드시 재도약을 이뤄내자"고 언급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상하이 공장 전경.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서 회장의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회복은 쉽지 않은 수준까지 왔다.

회사가 2016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1조828억원을 달성했을 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매출은 1조5754억원으로 집계된다. 아시아지역 매출 대부분은 중국 매출로 파악되며, 국내 매출 3조5230억원의 상당수도 중국 보따리상들이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과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은 51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미국 등 서구권지역 매출 6949억원보다 못한 처지다. 중화권 매출 5100억원도 전년 6962억원보다 26.7% 감소해 매출 하락세가 가파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의 충격을 서구권 실적으로 상쇄하는 중이다. 다만, 서구권 실적 증대가 꾸준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자회사 코스알엑스가 서구권 실적을 도맡으며 수익성 증대가 두드러졌지만, 코스알엑스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양날의 검'을 품고 있다.

코스알엑스의 지난해 매출은 3893억원에 영업이익은 844억원이며,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 연결 매출은 3조8851억원에 영업이익은 2204억이다. 코스알엑스 매출은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의 10% 비중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38.2%를 차지해 회사 전체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코스알엑스 인수를 위해 9300억원대를 투입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알엑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채널 부진과 신지역(유럽 등)의 성장이 상쇄될 전망"이라며 "미국은 상반기까지 재고 소진 여파가 지속돼 하반기부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공장 가동률 저하와 관련해 "재고 관리 차원의 생산 계획 조율로 인해 사업장 가동률이 다소 낮아졌다"며 "현재 상하이 사업장 가동률은 '려' 브랜드를 중심으로 점차 상승하고 있고, 향후 현지 생산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 전용상품 강화 및 현지 고객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 중국 사업은 질적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사업의 구조 재편과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상하이 사업장 가동률 역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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