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회계제도發' 위기 대응…관 출신 사외이사 대거 영입

보험사 신규 사외이사 7명 중 6명 관 출신 '관치금융' 논란에도 규제 변화 대응 필요

2025-03-28     손일영 기자
이른바 '생보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보험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제80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윤태식 전 관세청장과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윤태식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는 정책 금융 관련 경험이 풍부한 관료 출신이다. 윤 후보는 전 관세청장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대변인 ▲국제금융국장 ▲정책조정국장 등을 역임했다.

윤 사외이사의 선임은 무·저해지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무·저해지 보험 상품 해지율 예외 모형 적용으로 금융당국과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 소통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롯데손보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급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순익이 급감했다.

올해 손해보험사 6곳(한화·현대·삼성·DB·롯데·흥국)은 사외이사 총 24명 중 6명을 신규 선임한다. 이 가운데 5명이 기획재정부와 금감원 등 당국을 거친 경제 관료 출신이다.

윤태식 롯데손보 신임 사외이사를 비롯해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한화손보) ▲금감원 보험감독국 출신인 도효정 변호사(현대해상) ▲박세민 전 금융위 상품심사위원(DB손보) ▲금융감독원 출신인 한승엽 이대 경영학과 교수(흥국화재)가 각 손보사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생명보험사에서도 금융 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신임 사외이사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영입했다.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4명을 금융 관료 출신으로 구성했다.

한화생명은 이인실 전 통계청 사외이사를 재선임해 촘촘한 당국의 회계 규제 속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사외이사 선임과 함께 생·손보사들은 나란히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하고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결의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라 기업 책무 구조도 도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높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을 놓고 보험사의 '관치 금융'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이어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크게 담보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따르면 정부 관료나 금융 공기업 출신 사외이사로 포함한 기업의 성과·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수익률과 총자산수익률이 다른 기업에 비해 특별히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산업은 근본적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 규제 산업"이라며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내부통제 요구가 많은 만큼 금융당국 규제에 익숙한 사외이사 선임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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