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부동산 눈치보는 가계부채 관리 그만

2025-04-01     차진형 기자
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그동안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부채 고삐를 쥐던 금융당국이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발표하자 올해 2월에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토허제 해제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 아파트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세를 서울 내 다른 지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시켜 가계대출 수요를 부채질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다시 은행권 옥죄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눈치 속에 스스로 대출 강화에 나서고 있다. 1주택 이상 보유 차주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거나 서울 지역 조건부 전세대출도 취급을 중단했다.

이처럼 오락가락 규제는 혼란만 가져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관련 거시건전성 감독이 부동산 시장과 분리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의 가계대출 규제 조정이 부동산 경기 조절 수단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수도권 지역 외 지방의 부동산 사정은 좋지 않다. 미분양 물량이 쌓여 DSR 규제의 한시적 적용 유예로 문제를 해소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DSR 규제의 한시적 예외는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또 거시건전성 관리 목적의 DSR 제도가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은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시기별, 지역별, 업권별 가계부채 흐름을 밀착 관리해 각기 조치를 다르게 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명목GDP 성장률 예상치 3.8% 내로 정했다. 또 과도한 대출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월별·분기별, 지역별, 금융업권별로 가계에 대한 자금공급이 분산되도록 증가율 목표를 배분했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비해 높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허용된 비수도권에서 풀린 자금이 다시 수도권으로 역류해 부동산 투기 수요로 활용되지 않도록 지역 간 자금이동에 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조치가 잘못된 신호를 준 점을 반면교사 삼아 스트레스DSR 3단계는 예고된 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순수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똘똘한 집 한 채 갖고 싶다는 욕심이 꼭 어린아이와 같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이 건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수시로 바뀌는 통제보다 일관된 관리가 필요하다. 통제만 하다간 기대와 다르게 엇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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