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컨트롤타워' 없다…政 불확실성 걷어냈지만, 經 변수 '여전'

2025-04-05     채윤정 기자
4일 서울 헌법재판소 인근 삼일대로에 모인 1000여 명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인용 선고를 듣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공백으로 당장 트럼프 관세 정책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경제 전문가들도 향후 경제 흐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유럽연합(EU)의 통상 압박이 이어지면서 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반대로 컨트롤타워는 부재하지만 미국 관세 문제에 실무적 차원에서 대응하더라도 충분히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전날인 4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전원 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이날  오전 11시 22분 주문을 낭독한 직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3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계의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10% 기본 관세는 5일부터, 한국 등 나라별 개별 관세는 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각국에 일주일간의 협상 시간을 준 셈이다. 따라서 9일까지가 협상의 '골든타임'으로 지목되지만, 현실적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TF'를 열고 자동차 등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이 논의될 때부터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한 만큼, 환율 안정만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원가가 상승하면서 3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3.6% 올랐고 외식 물가도 3.0% 상승했다. 정부는 할당관세 확대 등 방침을 내놓았음에도 대형 식품업체들은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섰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수출 기업들의 부담 증가는 이미 불가피하다.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지난해 약 1315억달러(약 189조444억원)에 달하고 있다.

4일 서울 헌법재판소 인근 삼일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 직후 불복한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을 상대로 고함을 지르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또한 환율 하락 폭이 확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내 정치 불안 잔존과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 국가 지정 등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 관세 위협이 국내 경기 하방리스크를 부각시켰다”며 “환율 하락 폭이 확대돼 다른 통화와 키를 맞출 수 있지만, 대외 달러 반등 조짐이 보여 단기적인 흐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민간 연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은 “탄핵이 인용돼 정치가 안정되고 금리 인하, 수출 개선이 이뤄져도 정부 지출 둔화와 부동산·내수시장 침체 등이 낮은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은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라며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실무적인 차원에서 잘 접근한다면 문제를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일본은 총리가 미국을 찾아가는 등 몇 달간 공을 들였지만, 상호관세율(일본 24%)은 우리나라와 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국가 수장이 가서 트럼프와 협상했는데도 확연한 차이 없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보다 실무가 우선일 가능성이 높다. 국정 공백에도 미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관련된 카드를 제시한다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탄핵 인용 후 환율이 떨어진 것은 안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앞으로 스케줄이 명확하다.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한덕수 권한대행도 위치가 달라진다"며 "언제 대통령이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보다 훨씬 낫다. 미국발 관세 전쟁은 새 정부가 들어와도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가장 중요한 관세 정책 협상이 하루이틀 만에 끝날 일은 아니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일정 정도만 대응해 줘도 차기 정부가 대응할 여력을 벌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원전·방산·반도체 정책에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는 관세 정책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쪽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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