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항마' 누구…김문수·홍준표·오세훈·한동훈 외 '+α' 나올까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6월 3일 조기 대선이 유력한 가운데, 이제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누가 등판할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재명 대표의 만장일치 추대가 사실상 확정적이다. 때문에 국민의힘이 이 대표에 맞설 인물을 누구로 낙점할지가 조기 대선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조기 대선은 지난 2017년 5월 9일에 이어 8년여 만에 치러지는 두 번째 조기 대선이다. 첫 번째 조기 대선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절대적 영향을 끼치며 제1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자연스레 반사효과를 누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기정사실로 보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 후보는 41.08%라는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1987년 13대 대선 때 노태우 전 대통령의 36.64% 득표율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만약 홍준표 후보(24.03%)와 안철수 후보(21.41%)가 단일화를 이뤘으면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8년 만의 두 번째 조기 대선…달라진 '흐름'
이런 선례를 고려할 때 두 번째 조기 대선은 첫 번째 조기 대선의 흐름과 달라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지난달 24~2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올해 대선이 치러진다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 지지도는 팽팽한 수준이다. 민주당이 '상수'의 자리에 서 있지만, 언제든지 국면이 뒤집힐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인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39%,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33%로 집계됐다.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1%포인트 줄었고,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3%포인트 늘어났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31%,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8%, 홍준표 대구시장 6%,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각각 5%를 각각 기록해 이재명 대표가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확정 짓고 양강 구도로 재편될 시점에는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8.0%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4인방'…장단점 서로 '명확'
설문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등 4인이 우선 거론된다. 이들은 저마다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김문수 장관은 강성 보수층의 지지가 확고한 인물이다. 반대로 중도층 흡수력은 떨어진다는 평이다. 2018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색깔론'을 앞세운 연이은 강성발언이 역효과를 내면서 박원순 후보에게 52.8%대 23.3%로 대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은 극우의 상징적 인물인 전광훈 목사와 연을 맺으며 강성 보수의 색채를 버리지 않고 있다. 2023년 3월 전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공동대표를 지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부분이 국민의힘이 김 장관을 링 위에 올리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다. 2030 청년들이 '조민 사태'에 크게 분노한 것처럼, 청렴을 무기로 젊은 층의 지지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 또한 경기도지사 시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추진 등의 다양한 공적과 3선 의원 등은 경험적 우위로 부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김 장관과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보수 색채가 뚜렷하고 5선 의원부터 경남도지사, 대구시장, 당대표, 대선후보 등 경험적 측면에서는 국민의힘 대선후보에서 겨룰 자가 없다. 여기에 경남도지사 시절 부채 1조3000억원을 전액 상환한 점, 방산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된 항공우주산업단지 조성 등 뚜렷한 성과를 훈장으로 달고 있다.
그럼에도 당내 기반은 초지일관 빈약한 실정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렸던 이유가 당내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얇았기 때문이란 평가다. 다른 의미로는 개인 소신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당파정치라는 큰 틀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한 이런 측면은 중도층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많다.
더욱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선후보에 이름을 올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도층 확장성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장 4선 임기 동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해 왔고, 방송인 출신답게 부드러운 이미지가 결합하며 중도보수 이미지가 굳어졌다. 중도층에게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 시장도 홍 시장과 마찬가지로 명 씨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에 휘말린 상태다. 관련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치명상이 뒤따를 수 있다. 홍 시장과 마찬가지로 당내 조직 기반이 취약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조기 대선 두 달 동안에 지지기반을 다질 물리적 시간이 크게 부족한 형편에 명태균 리스크까지 겹친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중도층 확장력에서 오 시장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강성 보수층에게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 과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처리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에는 정무적 역량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때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선 신선함이 여전히 유효하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화두 제시에 성공한다면 반전을 꾀할 수도 있다. 그는 법무부장관과 당대표 시절에 이재명 대표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논리 싸움'에 압도한다는 인상을 줬다. 대선후보로 결정만 된다면 그만의 화술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나경원·안철수도 참전할까…"경선 흥행이 관건"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4인방 외에 또 다른 카드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16대 대선에서 경선 전 지지율이 2%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가 '노사모 열풍'을 일으키며 대통령까지 된 드라마틱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다수의 대선후보가 경합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선 흥행을 이끌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물까지 등장한다면 본선에서 흥행 열기를 이어받을 수 있다. 박 대통령 탄핵 학습 효과에 따라, 두 번째 조기 대선에서는 내부 분열로 자멸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4인방 외에 경선 참여가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인물은 당내 5선 중진의원이자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나경원 의원과 4선 의원이자 대선 경험을 가진 안철수 의원이다.
나경원 의원은 강성 보수층에게 인기가 높고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여성 정치인으로는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언변에 강점이 있고 여론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내 옅은 계파색으로 지지기반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안철수 의원도 경험적 우위와 중도 확장성 측면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정치적 현안에 함몰하지 않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강조하며 미래 세대에 비전을 심어주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선거 과정에서 단일화를 지속한 점과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쌓여온 부정적 이미지는 약점이다. 당내 지지기반 확보도 숙제로 남아있다.
정치계 한 관계자는 "결국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지고 흥행에 성공해야 본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후보를 저울질하는 인물 모두가 대권 욕심을 내려놓고 경선 흥행을 위해 똘똘 뭉친다면 민주당도 우위를 자신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