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제철 도약 첫단추…9일 노사협상 재개

저가 철강재 및 전방산업 불황, 美 관세 '삼중고' 꼬인 실타래 풀기 위해서는 노사갈등 봉합부터

2025-04-08     안광석 기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제공=현대제철)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수익성 악화 및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제철이 '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9일부터 노동조합과 임금·단체 협상을 재개한다. 당초 현대제철 노조는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사측의 협상 재개 요청으로 보류한 상황이다.

현재 노조는 지난 2023년 경영 성과에 기반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2023년 현대제철 연간 영업이익은 7983억원이다. 사측은 현재는 경영이 악화돼 성과급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조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연결기준으로 ▲2022년 영업이익 1조6165억원 ▲2023년 7983억원 ▲2024년 1595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올해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15억원이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대치인 115억원을 크게 하회한 6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며 당진공장 파업 비용과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및 전기로 감산에 따른 비용 등으로 800억원의 추가 비용까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제철 수익성 악화의 근본 이유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과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악화 때문이다. 저가 철강재 유입은 20여 년 전부터 지속된 고질적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도 건설경기 악화는 타격이 크다.

현대제철 제품 중 H형강 및 철근 등 건설사 수요 품목 비중이 60%를 웃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말부터 고금리에 따른 건설경기 악화로 해당 품목 가격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철근 공장을 돌리기 위한 철근 한계 원가는 톤당 최소 70만원대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3월 기준 철근(범용 제품 SD400·10㎜ 기준)은 톤당 67만원대에 거래됐다. 이는 4년 5개월만의 최저 가격이다.

현대제철 공장에서 철근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제철)

문제는 당분간 건설경기 호전의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철근 가격 조정 차원에서 사상 최초로 인천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판재류 품목도 전망이 좋지 않다.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분류되는 자동차 강판의 경우,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후판도 호황이 시작되는 조선업이 있다고는 하지만, 건설용은 판매 전망이 좋지 않다.

철강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가 되면 판매는 다소 나아지겠지만, 현대제철 같은 전기로 업체는 높아진 산업용 전기요금은 물론, 노사 협상 후 고(高)인건비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현대제철은 최근 8조원대의 미국 투자 방침도 밝혔고, 현대자동차·기아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로 판매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이 사상 초유의 인천 공장 가동 중지에 이어,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받는 등 비상체제로 돌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국가 외교력 리더십 부재 속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 덤핑까지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와 갈등 봉합은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마다 강성 노조와의 갈등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에 관례처럼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도관을 고치려면 이물질을 먼저 빼야 하듯, 경제 성장 및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생존을 위해서는 우선 노사 갈등을 배제해야 하고 기업과 노조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