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나라사랑카드 전산개발 부담에 포기 속출…"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 높아"
기존 운영 은행만 남아…'짜여진 판' 지적도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나랑사랑카드 3기 사업자 선정을 앞둔 가운데 도전장을 내민 일부 은행이 포기하고 있다.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전산시스템 개발 및 유지비용과 대면 영업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나라사랑카드 사업 희망자는 최근 9곳에서 5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끝까지 도전 의사를 보인 곳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기업은행 등 대형 은행만 남았다.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던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청일이 다가오자 슬쩍 발을 빼는 모습이다.
사업 포기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수백억원 이상 투입해야 할 전산개발비 때문으로 전해졌다.
군인공제회 C&C는 사업자 선정 공고에서 사업자가 운영시스템 제공 및 유지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운영기간 동안 시스템 위탁운용 관련 수수료가 없어 사실상 개발, 유지비용만 부담하고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
즉, 사업자가 시스템 구축부터 운영, 유지관리,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는 24일 제안서 접수를 앞두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참여를 검토했으나 모두 불참을 결정했고, 농협은행도 최종 불참을 확정했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경남은행·아이엠뱅크는 군인공제회가 주최한 지방병무청 현장견학에 참석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참여 의사가 없음을 나타냈다.
당초 은행들은 매년 20만명의 군 입대자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자에게만 유리하게 판이 짜여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기 사업자였던 신한은행, 2기 사업자인 국민·기업은행은 이미 나라사랑카드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이들 은행이 경쟁 은행에 비해 카드 발급 시스템 구축, 전국 단위 혜택 설계와 마케팅 등 초기 투자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 발급소를 10개 이상 확보하고 모두 대면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이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건비, 자재비 등 운영에 드는 실질 비용이 많아 초기 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3기 사업자 수를 3곳으로 늘린 배경도 1기 신한은행, 2기 국민·기업은행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유사 사업에서 진입 구조 설계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공공은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유사한 공공-민간 협력 사업에서도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