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초읽기…노조, 고용 안정 우려
동양·ABL생명 노조 "대화 없이 인수 관련 자료만 요구해" '기본급 1200% 보상' 선긋기…"노사 협의 통해 해결할 것"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목전에 둔 가운데 양 사 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동양·ABL생명 노동조합은 15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직원 고용 안정과 보상 관련 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각 사 노조는 현재 회사 대주주인 중국 다자그룹과 우리금융에 ▲고용 안정 협약서 체결 ▲인수 위로금 지급 ▲인수 후 독립 경영을 위한 소통 채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이 금융위 안건소위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인수 승인 여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정례회의서 최종 승인이 나올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그룹과 1조5500억원에 이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동양·ABL생명의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이 올해까지 부침을 겪었다. 내부 금융사고로 금융감독원 조사 끝에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으며 보험사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내부통제 개선을 전제로 금융당국의 인수 조건부 인수 승인 가능성이 점쳐지며 상황이 반전됐다.
우리금융에 흡수될 가능성이 커진 동양·ABL생명 노조는 고용 보장과 합병에 따른 임직원 보상 방안에 대한 확답을 다자그룹과 우리금융으로부터 듣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최선미 동양생명 노조 지부장은 "우리금융은 인수를 전제로 동양·ABL생명에 우리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광범위한 자료를 요청하면서도 노조와는 아무런 대화가 없다"며 "다자그룹은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노조의 입장과 달리 우리금융과 중국계 자본주가 인수 전 위로금이나 고용 보장 방안에 대한 입장은 섣불리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관련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발표한 만큼 인수 확정 전 노사 협상이 적극 추진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인수 합병 절차가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며 임직원 불안감이 커진 데에 노조가 인수 결정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의 약 1200% 수준의 위로금과 인수 이후 고용 안정을 우리금융 측에 요구한 상태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알려진 '기본급 1200%' 위로금은 우리금융과의 조속한 협상을 통해 일정 수준으로 조율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김진건 ABL생명 노조 지부장은 "특정 수준의 위로금을 노조 측에서 우리금융에 직접적으로 요청한 적은 없다"며 "라이나생명과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인수 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한 통상적인 전례들을 반영해 우리금융과 노조 간 소통 창구를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때 2000억원 규모의 매각 위로금 지급으로 노사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흡수 합병 후 위로금 지급이 1년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 역시 모기업인 미국 시그나그룹에 인수될 때 기본급의 1200%에 이르는 매각 위로금을 제시한 바 있다. 시그나그룹은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월 기본급의 800%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추가로 근속 보너스 400%를 지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 인수 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인수하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은행과 강력한 시너지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양생명은 보장성 보험 위주, ABL생명은 높은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노조 측은 두 생보사 합병 가능성에 따른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최선미 노조 지부장은 "양 사 임직원들이 하는 일이 똑같다는 이유로 중복 인력 취급을 받아 강제로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상황들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기자회견에 조합원들 외에 일반 임직원들이 많이 참석한 것은 직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2021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재작년 인수 합병 이후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노조 측은 인수 합병 절차 전 우리금융과 소통해 고용 안정 계약서를 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동양·ABL생명 노조의 반발이 대주주 승인 변경을 유보하는 탄원서 제출로 이어져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최 지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시점에서 금융위에 우리금융 인수 유보 관련 탄원을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오늘 기자회견은 대화의 창구를 열어달라고 금융위와 우리금융에 요청하기 위해 진행됐고, 이에 대한 대응이 또 없다면 대책위를 통해 대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양·ABL생명 노조는 MG손해보험 매각 실패 사례와는 선을 그으며 노사 간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
김진건 ABL생명 노조 지부장은 "MG손해보험은 매각이 여러 차례 무산된 바 있고 P&A(계약이전 방식 인수합병)에 청산까지 쟁점이 됐지만 동양과 ABL은 꾸준히 수익을 내는 회사"라며 "우리금융이 소통의 장에 나오면 노조 측도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