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활성화 제도적 뒷받침 절실"…규제 체계 전면 재정비 시급
한국 VASP 분류, 현실 못 따라가…비금융 인식부터 바꿔야 금융위, 미카(MiCA)·자본시장법 참고해 업권 분류 검토 중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디지털자산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포럼'에서는 입법 지연의 원인과 국내 규제 체계의 한계,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기본법 제정 방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번 포럼에는 강준현·민병덕·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학계, 법조계, 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우선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는 현행 가상자산사업자(VASP) 분류 체계가 디지털 자산 산업의 확장성과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실명계좌와 ISMS 요건만으로 29개 사업자와 4개 거래소를 VASP로 한정하고 있으나, 이는 탈중앙화금융(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자율조직(DAO) 등 신흥 서비스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문업은 설명 의무 강화를 위한 등록제로, 평가업은 표준 기준에 따른 평가기관 등록제로, 공시업은 통합 공시시스템을 통해 각각 규율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나아가 DeFi 운영자의 실명 등록, NFT와 DAO에 대한 증권성 판단 기준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바른 소속 한서희 변호사는 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한국은 디지털산업을 여전히 '비금융'으로 간주하며, 사업자 유형도 매매·보관·중개에만 머물고 있다"며 "장외거래(OTC)나 발행자 제도 부재는 리딩방·유튜브 광고 등 무규제 영역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뒤이어 미국, 일본, EU의 분류 사례를 언급하며 "산업을 금융산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업종을 하나의 사업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규모에 따라 라이선스를 차등화하고, 운용업과 발행업을 제도 내로 끌어들여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전문가들도 제도의 세분화와 유연성 확보 필요성에 공감했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중개업과 교환업을 명확히 규율해야 비트코인 ETF 같은 금융상품도 가능해진다"며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다양한 사업자 유형을 포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현재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진입 규제가 지나치게 높다"며 "정책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규제할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EU의 미카(MiCA), 국내 자본시장법을 참고해 업권 분류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입법 지연에 우려를 나타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등 외부 변수와 함께, 산업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입법을 가로막고 있다"며 기본법 제정이 시급한 현안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