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은톨이 리포트] 김진선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전문적 '부모 코칭' 필수"

1대1 맞춤 상담·학습 지원…"부모-자녀 간 긍정적 관계 형성해야" 지원센터 노원·도봉·성북·송파 4곳 불과…"모든 자치구 시행 필요"

2025-05-03     박성민 기자
김진선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사진제공=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은톨이를 지원하는 데 있어 부모 코칭은 필수적이다."

김진선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은 은둔·고립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 한 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노원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학교청소년들의 공간이다.

뉴스웍스는 노원구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를 찾아 김 센터장에게 은둔·고립 청년들의 현 실태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학교밖청소년센터에서 진행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은.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 고립·은둔 청소년이 심리·사회적 관계를 조기에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노원구 꿈드림에서는 고립·은둔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학업중단 숙려제를 운영하고, 막 등교 거부가 시작된 청소년을 상담하며 선제적으로 발굴·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1:1 맞춤형 상담·활동·학습 지원을 제공하며, 집이나 방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청소년에게는 찾아가는 상담과 학습지원 서비스를 실시한다. 아울러 부모교육을 월 1회 운영해 부모가 자녀와 긍정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고, 스스로도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학교를 그만둔 뒤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어 어려움을 겪는 고립·은둔 청소년을 위해 '작은 발걸음 키트'를 제작해 배포한다. 방 안에서도 잘 쉬고, 잘 자고, 잘 먹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양한 물품을 담아, 청소년의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노원구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 앞에 위치한 표지석. (사진=박성민 기자)

-청년들이 고립·은둔(이하 은톨이)에 빠지는 사유가 다양할 것 같은데. 

"고립·은둔 청년이 된 배경에는 학교폭력 피해, 가족 간의 갈등, 친구 관계 어려움,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예민함 등 매우 다양한 사유가 존재한다. 다만, 청소년들이 은톨이를 선택하기까지는 오랜 기간 좌절과 어려움이 누적된 결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초기 고립·은둔 징후를 빨리 파악하고 지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희 센터를 이용하는 청년들만 하더라도 고립·은둔에 빠지는 사유는 다양하다. 거기에는 친구와의 갈등 학교폭력, 교사와의 갈등, 가정 내 갈등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학교 밖으로 나와서도 은둔이었다가 겨우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 적응을 너무 어려워 한다"

-최근 은톨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고 있다. 이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 방안은.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그들의 어려움과 상처를 충분히 안정된 공간에서 치유한 뒤에 손을 내밀었을 때 잡아줄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자신이 안정된다고 느끼는 공간과 경험이 누적돼 사회복귀를 위한 결심이 들었을 때 신뢰를 쌓고 기다려 줄 수 있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지원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은톨이들의 부모교육 코칭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교육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는. 

"노원구 꿈드림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월 1회 부모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총 3시간의 집중 교육 과정으로, 2시간은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 강의를 듣고, 나머지 시간은 부모 자조 모임을 운영해 자녀와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관계 회복을 위한 실질적 대화 기술을 연습한다. 

이 교육을 통해 보호자는 자녀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가정 내 안정적인 지지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로를 격려하고 실제 대화 사례를 바탕으로 반복 훈련함으로써, 긍정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모임을 자주 하려는 이유는 은톨이의 부모들이 학교의 엄마 그룹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업 일정 등의 필수적인 정보를 나눌 수 없어 굉장히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그래서 독서 모임도 하고 서로 정보를 나누기도 하는 등 부모교육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좋은 건 당사자(은톨이 부모)끼리 모임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경. (사진=박성민 기자)

-은톨이에게는 자신이 스스로 사회에 나올 마음이 내킬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이나 사례가 있다면.

"결국 은톨이에게 가장 필요한 게 시간인데, 부모님들이 참아주질 못하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양육자의 변화가 너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노원구 꿈드림은 '청소년이 도움을 요청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그 기간 동안에도 지속적인 연락과 물품 지원을 통해 따뜻한 태도로 일상을 지켜봐 주고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고 독려하면서,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사업을 운영한다. 결국, 아이 스스로 문을 열 준비가 될 때까지 신뢰를 쌓고 기다려주는 과정이, 은둔 청소년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지원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취업난과 더불어 '그냥 쉬었음' 청년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 사회적 문제를 은톨이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 

"청소년기에 학교 부적응, 대인관계 갈등, 심리적 문제로 고립은둔 생활을 지속하다가, 전문적 개입과 사회적 지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결국 청년기에 이르러 '일할 의욕이나 진로 목표가 없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대외 활동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거나, 오랜 은둔 습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취업 준비조차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고 비난을 하게되면 이러한 청년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것을 사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청소년 시기 적절한 조기개입과 다양한 지원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고립은둔 청소년이 자존감과 기본 생활습관, 사회적 역량을 단계적으로 회복해 성인기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교육기관·민간단체가 협력해 심리지원·직업교육·취업연계 등 통합적인 접근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노원구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 (사진=박성민 기자)

-은톨이 지원에 있어 현재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고,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성은. 

"부모 코칭 사업이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붙이는 선생님 말고 은톨이의 엄마에게 1대 1로 붙이는 맞춤형 코치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피부로 제일 느껴지는 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그런 코치를 양성할 체계와 조직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은톨이의 부모들을 밀착해서 마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이른바 '부모 코치'들이 늘어나야 한다.

또 하나 말하자면 정부가 은톨이들을 위해 지역 구석구석을 봐 줄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은톨이 사업이 공공성이 입혀지면서 부모도 직접 의뢰를 하고 동사무소에 사회복지사들도 직접 우리에게 제 의뢰를 하는 등 발굴의 폭은 되게 넓어졌다. 은톨이들을 길게 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길게 보려면 자치구의 의지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또 그 아이들이 그 지역사회에서 계속 있게 하려면 모든 지역 자치구가 이 사업을 해야한다고 본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이 사업을 송파와 노원, 도봉, 성북 등 4개 자치구밖에 하고 있지 않다. 서쪽인 강서나 은평 쪽에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보통 은톨이들이 다른 지역에 가서 관리를 받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지역에서 관리를 해야 하고, 그 지역에서 은톨이 사업을 하는 게 맞다. 그래야 이 아이들을 지역 내에서 돌봄과 관리를 받고 성장 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 하고싶은 말. 

"고립 은둔 청소년들은 저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들이 용기를 내서 학교나 사회로 돌아왔을 때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면서 다음 행보를 응원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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