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I는 올리고 KT&G는 내리고…전자담배 주도권 경쟁 점입가경

2025-04-29     강석호 기자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담배업계가 가격 인상과 인하라는 상반된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세계 4위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물밑경쟁과 밀접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 솔리드'의 전용 스틱 '핏' 8종의 가격을 기존 4500원에서 4300원으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인하된 가격은 오는 5월 1일부터 적용된다. 회사는 제품의 브랜드·품질·물성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KT&G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가격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며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JTI코리아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달 초 ▲메비우스 LBS 시리즈 5종(4500→4600원) ▲메비우스 이스타일 시리즈(4200→4300원) ▲카멜 블루·필터(4000→4200원) 등 100~200원 인상했다. JTI코리아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용 증가로 인해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필립모리스코리아와 BAT로스만스는 아직까지 가격 인상이나 인하 등의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다. 당분간 가격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는 KT&G와 JTI의 상반된 담뱃값 행보를 두고 국내 전자담배 시장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다. KT&G는 필립모리스와 함께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양분하며 1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중이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80~90%대로 최근 5년 동안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KT&G가 출시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 솔리드'의 전용스틱 '핏' 8종. (사진제공=KT&G)

이러한 배경은 JTI의 가격 인상에 이탈한 소비자들을 KT&G 전자담배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를 엿보게 한다. KT&G는 지난 2016년 5개 담배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며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당시 BAT로스만스가 '보그' 시리즈 4종을 3500원으로 인하하자 KT&G는 곧장 가격 인하로 맞대응해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한켠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조사들의 생산원가 추가 부담이 불가피해 이번 KT&G의 가격 인하가 출혈경쟁의 의미도 내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모든 담배 제조·수입업체는 제품별 유해성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제품 1개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유해성 검사 비용이 붙으면 고정비 증가로 인해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며 "그럼에도 KT&G가 담뱃값 인하를 단행한 것은 JTI의 가격 인상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G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가격으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 확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2017년 전체 담배 판매량의 2.2%에 불과했던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18.4%까지 확대됐다. 판매량도 같은 기간 8000만갑에서 6억6000만갑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담뱃값 지출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지난해 1가구당 월평균 담배 지출액은 약 3만2000원으로 비식품 소비 항목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에서 당기순이익이 상승한 곳은 KT&G가 유일하다. KT&G는 지난해 1조16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전년 대비 26.3% 증가했다. 필립모리스는 808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BAT코리아제조는 204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22.4% 감소, JTI코리아는 78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좀처럼 수익성 개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전자담배 전환율이 매우 빠른 시기이기에 지금은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그동안 내수 담배시장에서 1위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던 KT&G에게 필립모리스와의 전자담배 1위 다툼은 자존심 싸움을 넘어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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