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보험사 과당 경쟁의 끝은…'보장 줄이기'

2025-05-02     손일영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고령 인구가 급증하며 간병비 부담이 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간병비의 최대 절반을 환급해 주는 등 '간병비 특약' 경쟁을 펼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다. 하지만 해당 특약의 손해율이 가파르게 치솟자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은 잇따라 보장 한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상품 적자 위험이 커진 보험사들이 혜택을 줄여 손해율을 관리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의 손해율이 악화한 것은 보험사들의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영업 경쟁을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장 한도를 경쟁적으로 높였고, 그 결과 손해율이 악화하자 소비자 혜택 축소부터 고려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보험사들은 일정 금액 이상 간병비를 쓰면 보험료를 환급해 주는 이른바 '페이백 특약'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메리츠화재가 사고당 간병비 2000만원 이상을 지출하면 400만원까지 보험료를 환급해 주는 특약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대형 보험사가 일제히 간병비 보장을 하루 15만원에서 20만원까지 늘렸다.

결과는 참담했다. 간병비 특약 손해율이 300~400%로 치솟는 등, 보험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손실이 커진 것이다. 결국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과열된 영업 경쟁을 멈추고 소비자 혜택부터 줄여가기 시작했다.

업계 선두권인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지난달 최대 하루 20만원까지 보장하는 성인 대상 간병비 특약을 10만원, 15만원 한도로 각각 축소했다. 이에 다른 보험사들도 간병비 보장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병비 특약의 손해율 악화 원인이 단순히 보험사 과당 경쟁뿐만은 아니다. 높은 보장 한도를 악용해 불필요하게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허위 청구하는 등 일부 고객들의 불법 행위도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손해율 악화와 보장 한도 상향에 따른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감수하며 영업 경쟁을 벌여온 보험사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과도한 보장→과열 경쟁→당국 제재→절판 마케팅' 악순환은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보장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간병보험 역시 절판 마케팅 우려가 점쳐지고 있다. 이런 보험업계의 행태는 서비스 혁신을 통해 특약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가격 유인책으로 소비자들에게 '미끼'를 던지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보험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돼 눈앞에 이익만 좆다 뒤돌아보면 모든 소비자가 떠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는 지난 22일 '언팩 컨퍼런스'에서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과당 경쟁을 멈추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보험사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이 말을 행동으로 실천할 때가 왔다. 보험사들은 과당 경쟁을 유발하는 영업 관행을 개선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내실 있는 성장을 해야 한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