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조선업…하반기는 미국발 방산 수주 기대
美-中 패권경쟁에 상선 줄수주 '어부지리' 아직 발주 없는 美…하반기 군함 등 협력 전망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상선·해양설비·방산 부문 모두 호황기에 진입한 데 이어,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로 중국이 주도하던 상선 물량까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HD현대삼호중공업)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연간 수주 목표액은 159억달러인데, 2분기 막 진입하는 시점에서 목표치의 60% 이상을 달성한 것이다. 통상 조선 수주가 하반기 내지 연말에 몰리는 특성과 시황을 고려하면, 올해 목표치 초과 달성은 사실상 따놓은 당상이다.
미국의 중국 조선 견제가 주효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선박 건조 기술력은 한국에 뒤지지만,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전 세계 수주량의 70%를 차지해 온 중국으로서는 가격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입찰 과정에서 중국을 제치고 지난달 말에만 총 2조5354억원의 규모의 컨테이너선 22척을 몰아서 수주했다. 수주한 컨테이너선 면면을 보면 작게는 1800TEU급 소형에서 크게는 1만6000TEU급 중대형 크기다. 초대형 건조능력은 뒤처지는 중국이 장악해 온 부문이다.
삼성중공업 또한 지난달 28일 아시아 지역 선주와 5619억원 규모 컨테이너선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고부가가치로 분류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외에도 ▲셔틀탱커 9척 ▲에탄 운반선 2척 ▲유조선 4척 ▲컨테이너 운반선 2척 등 중국이 주로 수주해 온 상선 수주물량이 많다. 이에 따라 연간 수주 목표인 98억달러의 27%를 달성했다.
같은 시기 한화오션도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지난해 매출액의 3.4%에 해당하는 3710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연간 수주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누적 수주액은 30억달러다.
3사의 1분기 실적도 좋다. 3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58%에서 많게는 436% 급증했다.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조선사의 분기별 실적은 2~3년 전 수주한 선박과 해양설비에 대한 건조대금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큰 의미는 없지만, 최근 수주 추세가 이어진다면 당분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발 훈풍도 기대된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한국 조선 띄우기'만 요란할 뿐 실제 수주로 연결된 적은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건재한 이상 중국 조선업 견제에 따른 간접적 수혜가 기대된다.
더욱이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하반기 중 미국 방산 수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앞서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말 HD현대중공업 울산사업장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각각 방문해 양사 건조기술력을 확인하고, 추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