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렌터카·딜러사 뛰어든 중고차 시장…격변 속 누가 '승자' 될까
이달 대기업 점유율 제한 해제…현대차·기아, 본격 확장 시동 업계 "소비자 신뢰 회복 기대" vs "대기업 가격 기준화" 엇갈려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제한이 이달부터 해제되면서 업계 전반에 격변이 예고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대기업 계열 렌터카 회사와 수입차 딜러사까지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2023년 10월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이후 유지해 왔던 시장 점유율 자율 제한(각각 4.1%·2.9%)이 4월 말 종료됐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입을 허용하면서 중소사업자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점유율 상한을 적용했으나, 이번 해제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제약이 사라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제조사 인증 중고차' 시스템을 도입해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질 신뢰를 무기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간 '출고 5년 이하·주행거리 10만km 이하' 차량만 직접 매입해 판매해 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아는 올해 주총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 목적에 포함하며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사업 목적 추가에 대해 "차량 구매·정비와 서비스·브랜드 체험을 위한 통합 전시장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신규 사업장 개발과 일부 건물 임대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도 최근 카셰어링 플랫폼 '쏘카'와 손잡고 자사 중고차 거래 플랫폼 '오토벨'을 통해 중고차 매입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KG모빌리티(KGM)도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에 첫 오프라인 전시장 '서서울모터리움 1호'를 열고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렌터카 업계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 이어 지난달 경기 부천에 두 번째 중고차 매매센터를 열었고, SK렌터카도 오는 7월 천안에 첫 중고차 경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여기에 수입차 업계도 가세했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올해 3분기부터 BMW·볼보·아우디 등 수입 중고차의 온라인 판매를 계획 중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 3월 중고차 수입·유통·판매 법인 'BYD코리아오토'를 설립해 신차는 BYD코리아, 중고차는 BYD코리아오토가 각각 담당하는 구조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진입으로 중고차 산업의 체계화·투명성 향상과 소비자 신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중고차 시장은 허위 매물, 침수차 유통 등 불투명한 거래 관행으로 인해 불신을 받아왔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조사의 인증 중고차 사업은 브랜드 신뢰도 제고에 효과적"이라며 "렌터카 등 다수 사용 이력 차량도 제조사 검증을 거치면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대기업 진입이 중고차 산업의 선진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실제 업계 전반적인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5년·10만㎞ 이내 차량' 기준은 업체가 자율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이번 점유율 제한 해제와는 무관하다"며 "현재 현대차그룹과 상생 협약을 논의 중이고 점유율 관련 조정도 협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고차 시장 정착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가격 인하보다는 기존 중고차 시세가 대기업 수준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58만859대로 전년 동기(60만6997대) 대비 4.3% 감소했다. 국산 승용차 중에서는 기아의 모닝(TA)이 1만1738대로 가장 많이 거래됐고, 쉐보레 스파크(1만184대), 현대차 그랜저(HG·9151대)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