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에 칼 빼든 금융당국…보험사 기본자본 규제에 고심

이복현 "기본자본 확충 중요…후순위채 발행 근본 해법 아냐"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 역대 최대…규제 연착륙 방안 필요

2025-05-11     손일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손일영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 규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먼저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상환에 제동을 걸어 '기본자본 확충'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자본성증권에 의존해 건전성을 확보해 왔던 보험업계 고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금융감독원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 상환) 행사에 제동을 걸면서 일부 기관투자자들과 접촉해 사모 방식으로 후순위채 발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의 자금조달 계획 변경은 금감원의 경고 때문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상환 강행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사로서 기본적인 자본 확충을 통한 건전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롯데손보 측이 유상증자 등 조치를 취해 장기적 자본 추가 확충을 통한 투자자·계약자 보호를 우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본자본 vs 보완자본'…당국-롯데손보, 자본 확충안 놓고 입장차 '팽팽'

결국 금감원과 롯데손보 간 갈등의 쟁점은 '자본의 종류'다.

롯데손보는 보완자본인 후순위채 발행과 상환을 통해 자본 확충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유상증자 등 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 적정성을 제고하고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2월 보험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킥스 비율 사수를 위한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은 자본 확충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올해에는 자본 확충 과정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 도입을 목표로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중 손실 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만을 고려한 건전성 지표다.

업계는 기본자본 킥스 감독·규제 권고치로 해외 규제 사례를 고려해 50% 수준(당국 권고치는 70%)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6%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청산이 논의되고 있는 MG손해보험과 함께 위험한 수준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기본자본 규제 비율 등이 공식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당국 입장으로는 장기 지속성이 있는 기본자본 위주로 자본 확충이 됐으면 한다"며 "롯데손보도 유상증자와 이익 잉여금 확충 등 기본자본 확충 방안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업은행에서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 건에 대한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본자본 규제 도입 현실화…자본성증권 의존도 높았던 보험사 '긴장'

결국 기본자본 규제 도입이 현실화하며 보험사의 자본 관리 전략 다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즉각적인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급격히 늘려온 만큼 새로운 규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지난해에만 8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해 1분기에도 총 4조7000억원 이상의 자본성 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들은 차환 부담과 함께 자본 확충 전략 재정립이라는 과제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 확충은 곧 순이익 확대를 의미한다"며 "유상증자 등 다른 수단을 마련하기 어려운 보험업 특성과 대내외적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장의 자본 확충이 쉽지 않은 만큼, 당국이 업계와의 추가 논의를 통해 자본 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제도 연착륙 방안을 제시했다. 기본자본을 단기간 내 크게 늘리기 쉽지 않은 만큼 손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연구원의 '보험개혁회의 내용과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본 효율성과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공동재보험과 계약이전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규제 변화를 넘어 보험사의 경영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라며 "금융당국은 제도 연착륙 유도를 위해 실무표준 구체화와 기준 적용의 단계적 추진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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