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케이뱅크의 두 가지 약속…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기업의 약속이자 시험대다. 숫자만으로는 부족하고, 신뢰 없이는 통과할 수 없다. 케이뱅크가 그 시험대 위에 다시 섰다.
케이뱅크는 지난 1월 8일 세 번이나 추진해 왔던 상장을 미루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스스로 판단한 상장의 조건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 둘째는 시장 상황의 개선이다.
최근 추진 중인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지난해 실적을 돌아보면, IPO를 향한 첫 번째 조건은 분명히 충족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281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2023년 순이익 128억원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 2022년 성과(836억원)도 넘어섰다. 또한 지난해 321만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돼 총고객 수는 1274만명에 달했다.
수신 잔액은 전년 대비 49.8% 증가한 28조570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요구불예금 비중은 59.5%로 상승해 조달 안전성을 높였다. 여신 잔액은 16조2700억원으로 17.6% 늘었으며, 담보 및 보증대출 비중도 53.1%로 확대됐다. 이자이익은 4815억원으로 6.9%, 비이자이익은 613억원으로 81.4%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중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까지 더해지면 BIS 비율은 15%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 설익었다. 케이뱅크가 넘어서야 할 두 번째 조건, '시장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를 가늠할 바로미터는 최근 나란히 상장한 서울보증보험과 LG CNS를 보면 알 수 있다. 두 기업은 올해 초 케이뱅크와 함께 IPO 시장의 회복 기대를 이끌었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LG CNS는 상장 첫날 공모가인 6만1900원을 밑도는 5만580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이후에도 공모가 회복에 실패했다. 배당 계획조차 제시하지 않아, 구주매출(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 부담과 오버행 리스크에 더해 투자자 신뢰 확보에도 실패한 모습이다.
반면 서울보증보험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상장 첫날인 지난 3월 14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23% 상승한 3만2000원으로 마감했으며, 이후 나흘 만에 44% 상승한 3만7400원까지 올랐다.
이어 지난 3월 31일 주주총회를 통해 주당 2865원의 배당 계획을 공개하며 약 11%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했다. 시장은 회사의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와 '명확한 주주환원 전략'을 신뢰했고, 이는 주가 흐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숫자가 아닌, 메시지가 통했다는 방증이다.
인터넷은행으로서는 카카오뱅크의 선례도 시사점을 남긴다.
지난 2021년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초기 고평가 논란과 함께 주가 급락을 겪었지만,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상장 후 2년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배당 성향은 약 20%로 예고됐고,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반응했다. 숫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던 신뢰의 공백을 배당 메시지가 메꾼 것이다.
서울보증보험과 카카오뱅크는 업종도, 상장 시점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로 '배당'과 '주주환원'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가 IPO에 진심이라면, 그 메시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언제쯤 상장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보상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이 아직 설익었다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를 확보할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외부 투자자(FI)로부터 7250억원을 유치하며 '2026년 7월까지 상장 완료'라는 약속을 한 상황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선제적 움직임이야말로 케이뱅크가 다시 시장의 시험대를 넘을 수 있는 길이다.